“낡은 시장” vs “정권 심판”… 박영선-오세훈 파이널 매치

입력 2021-03-24 04:06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선출됐다. 이로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 후보 간 ‘파이널 매치’가 성사됐다. 10년 전 서울시장직을 내줬던 오 후보와 당시 박원순 무소속 후보와의 경선에서 졌던 박 후보가 이번에 맞붙은 것이다.

양당은 내년 대선의 전초전인 서울시장 선거에 사력을 다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돌아선 민심을 겨냥해 ‘정권 심판론’을 띄우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실패한 시장’과 ‘준비된 새 후보’ 간 인물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오 후보는 이날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길에 앞장서겠다”며 “깨어있는 시민들로부터 무서운 심판의 철퇴가 내리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민에게 전자화폐 10만원씩을 재난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박 후보를 향해선 “공약의 탈을 쓴 신종 돈 봉투 선거”라고 했다.

오 후보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마음의 빚을 일로써 갚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해 왔다. 제 가슴 한켠에 자리한 무거운 돌덩어리를 다시 뛰는 서울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사퇴했던 것을 설욕하겠다는 의미다. 오 후보와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야권의 승리를 위해 힘껏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와의 본선 대결에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후보는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오늘에서야 서울시장 구도가 명확해졌다. 새 시장 박영선이냐, 낡고 실패한 재탕 시장이냐 선택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다”며 “상대 후보가 결정됐기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똑 닮은 후보가 돼서 두 손을 불끈 쥐게 되는 상황”이라며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 공세를 거듭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비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 후보의 정책 역량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공약만 봐도 박 후보가 훨씬 준비된 후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월세 대란에 이어 LH 사태, 민주당 일부 의원의 땅 투기 의혹 등 정부·여당의 부동산 실정뿐 아니라 이번 선거를 초래한 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를 부각시킬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강준구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