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수사팀 검사 온다는 말에 귀 의심했었다”

입력 2021-03-24 04:07

임은정(사진)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검사가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언급하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절차적 정의’를 지적한 것과 같은 취지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적법한 회의 진행이었고 공무상 비밀누설 의혹으로 고발된 임 연구관이 합동 감찰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연구관은 23일 페이스북에 지난 19일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한 엄희준 창원지검 형사3부장이 참석한 데 대해 “당시 수사팀 검사가 온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었다”고 적었다. 이어 “너무 노골적인 진행이었다”며 “민원인 한모씨나 변호인에게도 발언 기회를 줘 공정한 척이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어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 연구관은 대검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키로 최종 결정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공소시효 도과 후 첫 아침을 맞았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조남관 차장에게 역사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임 연구관은 조 차장이 재소자들에 대한 모해위증 입건 보고를 반려하고 감찰3과장으로 주임검사를 지정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과 임 연구관이 회의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은 ‘억지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 연구관과 재소자 한씨 등이 ‘검찰의 증언 연습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수사팀 검사의 반대 의견을 듣는 게 오히려 공정한 회의 진행이라는 것이다. 엄 부장검사의 출석은 회의 당일 참석자들이 합의한 사안이었다. 대검은 전날 법무부에서 요구할 경우 회의 녹취록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검사를 참여시키는 게 방어권 보장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한다. 검찰 내 의사결정기구로 꼽히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검찰 측과 피의자가 직접 출석해 소명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엄 부장검사는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검의 의사 결정 과정을 페이스북에 공개해 고발당한 임 연구관이 부장회의의 유출 경위 등을 따지는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에 투입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 연구관의 직무배제 논란이 합동감찰 대상에 포함된 만큼 ‘셀프 감찰’이라는 비판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감찰 대상인 임 연구관을 감찰에 참여시키는 건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구승은 나성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