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가 안착하려면 생산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생산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게 관건이다. 정부도 이미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 움직임에 발맞춰 그린수소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그린수소 생산 기술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 없이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발전만을 통한 그린수소 생산은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수준인 게 현실이다. 부생수소(석유화학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수소)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그린수소 위주의 수소경제를 만들어가기 위해 정부가 발전과 수송 등 여러 분야에서 그린수소 활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실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포럼’에서 “수소경제 실현과 탄소중립을 보장하는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그린수소의 활용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단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현재 실증단계인 그린수소를 활성화해 2050년에는 수소에너지 전체의 80% 이상을 그린수소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높은 생산비용이 그린수소 생산의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그린수소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석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에 비하면 생산비용이 비싸다.
이런 약점을 딛고 그린수소 생산을 확대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현재 전력 생산의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신재생발전을 통해 생산해 공급하도록 한 신재생발전의무화제도(RPS)와 같이 일정 비율 이상의 전력을 그린수소를 통해 생산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조 실장의 제안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RPS와 비슷한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를 도입한다는 계획인데, 여기에 발전 할당량을 정해 그린수소 생산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수송 측면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검토해볼 수 있다. 조 실장은 “현재 연료혼합의무화제도(RFS·수송용 연료 공급자가 화석연료뿐 아니라 바이오연료를 일정 비율 이상 혼합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처럼 그린수소를 일정 비율 이상 혼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기간에 신재생발전을 통한 그린수소 상용화가 어려운 만큼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은 최소화하는 ‘블루수소’ 생산 확대를 먼저 검토해 보자는 제안도 나온다. 블루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대기 중에 배출하지 않는 방식을 일컫는다. 한종희 한국과학기술원 청정신기술연구소장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단기간에 그린수소 상용화는 쉽지 않다. 과도기 차원에서 블루수소와 같은 청정수소를 확대하려는 전략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일보와 포럼을 공동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포럼 인사말을 통해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당시에는 정부 안에서도 현대차가 수소차를 만든다는 데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현대차가 세계 수소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수소경제에서 대한민국 경쟁력이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종선 권민지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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