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구장에 관중도 있어서 선수들이 더 파이팅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김우재 감독).” “어린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박미희 감독).”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2전 3선승제)가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양 팀 감독의 발언처럼, 전력 차보다 분위기 싸움이 1차전-2차전 양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이제 남은 건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질 3차전 뿐. 두 팀 선수들이 보일 간절함이 PO 승자를 결정할 전망이다.
앞선 두 경기에서 양 팀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승리공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표승주(기업은행)와 김미연(흥국생명) 쪽을 겨냥한 날카로운 목적타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어 예정된 세트플레이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양 팀 주포들의 공격이 파워를 잃게 돼 블로킹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
1차전에선 흥국생명이 웃었다. 흥국생명의 리시브효율은 30.26%로 17.98%인 기업은행을 압도했다. 이는 공격성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연경의 공격성공률 53.33%은 라자레바의 42.37%보다 월등하게 높았고, 팀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흥국생명은 37.09%, 기업은행은 34.48%였다. 블로킹도 13개로 기업은행의 4개보다 3배 이상이었다.
이 지표가 2차전에선 뒤바뀌었다. 기업은행은 도수빈과 김미연 사이를 노리는 서브로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흔들며 경기를 지배했다. 세터 교체 효과까지 보며 라자레바의 공격성공률이 46.67%로 상승했다. 그리고 팀 공격성공률(43.97%-34.75%), 서브(9-2), 블로킹(10-6) 득점 모두 기업은행의 완승이었다.
이는 양 팀 감독 오더싸움(상대 배치를 고려해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의 결과물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오더싸움이 경기 전체를 뒤바꿀 순 없다. 불리한 포지션에서도 100% 이상을 발휘하는 건 결국 선수 개개인이어서다. 3차전에서도 어떤 팀이 서브-리시브에 더 집중하는지, 상대 공격을 예측한 블로킹 위치를 구현하는지, 오더싸움의 열위를 극복해내는지 등 간절함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2차전에서 엄지손가락 통증을 느끼면서도 다이빙 수비를 펼칠 정도로 승리에 집념을 보였던 김연경은 시즌 후 흥국생명과의 계약 기간 만료 탓에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경기를 준비한다. 흥국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김연경은 손가락 통증이 여전하지만,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다. 기업은행의 표승주도 “오래 (봄)배구를 하고 싶다”며 “지금까지 어렵게 온 만큼 챔피언결정전에 갈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