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방환경청·유역환경청의 풍력발전사업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박탈키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오색케이블카 같은 지역 인허가 승인 사업은 지방청이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돼 있는데, 풍력만 콕 집어 손을 떼도록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개정안은 ⓛ유역환경청장 또는 지방환경청장 관할의 환경영향평가 등 대상 사업을 조정하고 ②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유역환경청장 또는 지방환경청장 협의 등 권한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방청의 풍력발전사업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모두 없애려는 조치다.
환경부는 5~6월부터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법 개정 이유에 대해서는 “친환경적인 풍력발전 확대를 통해 조속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이 필요하다”며 “지방환경관서의 장에게 위임된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 협의 업무를 환경부에서 직접 수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풍력발전사업 환경영향평가 권한은 지난달 22일 환경부 내에 신설된 풍력 환경평가전담팀(전담팀)으로 이양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방청의 환경영향평가가 일관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고 신뢰성 문제도 제기된 상태였다”며 “내부 검토를 거쳐 권한을 가져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급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태양광 발전사업과 달리 풍력 발전사업은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라 정책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는 우려를 나타냈다. 전담팀은 당초 풍력발전 개발 전 과정을 컨설팅하는 역할로 소개됐는데, 평가 권한을 주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사업 평가만 특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에너지 전문 대학교수는 “사전 컨설팅과 평가를 한 팀에서 맡으면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족집게과외 선생이 학교 시험 채점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뭐가 다르겠냐”고 반문했다. 한 환경운동가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48조원 규모의 신안 해상풍력단지를 다녀온 이후 급조된 법 개정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풍력 외 지역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원주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갈등을 빚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대표적이다. 양양군청 관계자는 “풍력사업 규제 완화를 위한 법 개정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케이블카 등 풍력 외 각 지역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규제 완화 동력을 잃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공정한 정책에 역행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풍력 전문가는 “지방청의 환경영향평가가 지지부진해 착공 시기가 늦어지고, 주요 부품의 경쟁력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향후 평가 기간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