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1위 이동통신 사업자 NTT도코모에 5G 통신장비를 공급한다. 한국과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1위 이통사에 5G 장비를 납품하게 된 것으로, 삼성전자가 향후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NTT도코모와 5G 이동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NTT도코모에 이동통신 장비를 직접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TT도코모는 CDMA, LTE 등 세계 이동통신 표준 제정을 선도했던 이동통신사업자로 장비 업체에겐 진입 장벽이 높은 회사로 유명하다. NTT도코모에 삼성전자가 장비을 공급하는 것이 한 업체와 계약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 스테판 폰그라츠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로 주요 5G 공급업체로서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로써 전 세계에서 5G 상용화가 가장 빠른 나라인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모두 1위 사업자에 5G 장비를 공급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에 5G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매출 기준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캐나다 비디오트론, 텔러스, 사스크텔, 미국 US셀룰러, 뉴질랜드 스파크 등 글로벌 통신사로부터도 신규 네트워트 장비를 수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LTE까지는 통신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았지만 5G를 기점으로 통신 장비 분야에서도 선두 사업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2018년에는 글로벌 5G 장비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G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집중 육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약진으로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등 통신 장비 빅3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된다.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5G 장비 시장은 화웨이(31.4%), 에릭슨(28.9%), 노키아(18.5%), ZTE(10.9%), 삼성전자(7.1%) 순서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영국 등 유럽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추가적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5G 장비와 스마트폰 판매가 어려워진 화웨이는 최근 삼성전자, 애플 등을 상대로 5G 로열티를 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면 화웨이와 ZTE는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성장할 여지가 많지 않다”면서 “통신사가 여러 업체 장비를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를 선택하는 통신사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