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내·형수·7촌 동원 ‘차명’ 원정 투기 의혹

입력 2021-03-24 04:02
LH 전북지역본부 직원들의 조직적인 투기가 의심되는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모습. 광명=권현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지역본부 과장급 직원이 아내와 형수 이름으로 두 차례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땅을 매입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내부 정보로 땅을 샀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차명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23일 2017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광명 노온사동 일대 소유주가 바뀐 토지 등기부등본 340여통을 분석하고 관련 인물을 취재한 결과 LH 전북본부 4급(과장) 직원인 H씨의 아내와 형수, 동생 등 6명이 2017년 7월 노온사동 논 3663㎡를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함께 땅을 산 다른 세 사람은 H씨의 7촌 당숙과 그의 아내, 아들로 파악됐다. 즉 H씨 본인을 제외하고 가족과 친척이 땅 매입에 대거 동원된 것이다. 해당 필지의 거래 금액은 10억6500만원이다.

H씨 아내와 형수 두 사람은 이보다 3개월 전인 2017년 4월에도 광명 노온사동에서 논 1157㎡를 3억1500만원에 샀다. 7월에 매입한 논과의 직선거리는 약 1㎞다. 양쪽을 오가며 벼농사를 짓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와 별개로 H씨의 7촌 당숙도 4월 같은 날 본인 단독 명의로 노온사동 논 1326㎡를 3억6000만원에 샀다. H씨 일가가 세 차례 토지 거래 과정에서 지불한 금액은 모두 17억4000만원이다.

H씨의 7촌 당숙은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처음 산 땅은 여윳돈이 있어서 그쪽 부동산에 연락해 개인적으로 따로 샀다. 조카며느리들과 함께 산 게 아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땅 구입에 대해선 “조카며느리들이 함께 땅을 사서 농사를 짓자고 해 돈을 모아서 샀다. 땅 관리는 서울에 사는 첫째 조카며느리(H씨 형수)가 맡아서 나는 따로 가보지는 않았다. 이들과는 1년에 한 번 정도 보는 사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중 하나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흥 일대에서 LH 현직 직원이 연루된 원정 투기 의혹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설치된 3기 신도시 광고판 모습. 김포=최현규 기자

토지 매입 과정에서 H씨 아내의 위장전입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 발견됐다. H씨 아내는 2017년 4월 첫 번째 토지 매입 당시 남편인 H씨 소유의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아파트를 주소지로 적었다. 하지만 3개월 뒤 토지 매입 때는 주소지가 서울 양평동으로 돼 있다. 이 주소는 H씨의 7촌 당숙 부부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다. H씨 당숙은 “조카며느리(H씨 아내)는 전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H씨 일가가 가구당 1000㎡ 이상씩 땅을 산 점도 눈에 띈다. H씨 아내가 두 차례 매입으로 노온사동에 보유한 땅은 모두 1110㎡다. 1000㎡는 토지가 공공주택건설사업으로 수용됐을 때 받는 여러 보상의 기준이다. 최근에는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H씨 형수도 두 차례 매입으로 1421㎡ 땅을 갖고 있다.

LH 직원의 차명 투기 의혹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경찰 수사가 이들의 친인척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재 본인 명의로 땅을 매입한 LH 전현직 직원을 중심으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