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경쟁에서 오 후보가 23일 승리함으로써 4·7 재보궐선거 주요 대진표가 확정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오 후보가,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맞붙게 됐다. 이전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된 이번 선거는 단순히 남은 1년의 임기를 채우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여전한 상황에서 두 광역단체장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투기를 비롯해 반칙이 판치는 상황에서 공정한 시정으로 시민들의 불만을 달래야 한다. 무엇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우리 사회가 한발 더 전진할 수 있도록 미래를 설계하는 시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과제들에 비춰보면 현재까지의 선거전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선거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네거티브 폭로전이 벌어지고 있고, 돈 뿌리기 및 거대 토목 공약들만 차고 넘친다. 서민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지, 두 거대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고 연일 도쿄 아파트와 야스쿠니뷰, 내곡동 땅 특혜 의혹, 1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 LCT 분양 의혹, 가덕도신공항과 어반루프(도심형 초고속철도) 등을 둘러싼 공방만 거세다. 이에 더해 상대를 겨냥한 고소·고발전까지 가열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소모적인 정치에 지쳐 있던 국민들이 진흙탕 선거전으로 인해 피로감이 점점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후보들이 남은 보름간만이라도 시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생산적인 공약으로 정책 대결을 펼쳐주기 바란다. 선거 캠프 관계자들도 상대 비방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자기 후보가 가진 비전을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할 테다. 남을 헐뜯어 이기는 선거는 ‘나쁜 정치’나 다름없다. 유권자들도 누가 더 시민 삶을 잘 개선시킬지, 누가 더 미래 사회에 잘 대비할 수 있을지를 살펴 후보를 골라야 한다.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정치도, 사회도, 시정도 달라질 수 있다.
[사설] 4·7 후보 확정, 네거티브 아닌 ‘미래’ 말하는 선거 돼야
입력 2021-03-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