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또 패소… 숭문·신일고 ‘자사고’ 유지

입력 2021-03-24 04:06
전흥배 숭문고 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소송에서 또 패소했다. 지난달 배재·세화고에 이어 이번에는 숭문·신일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민)는 23일 숭문고와 신일고 학교법인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두 학교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앞서 시교육청은 2019년 7월 서울 지역의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자사고를 상대로 운영 성과평가 점수가 미달됐다며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교육부가 이를 승인하자 자사고 측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시교육청이 평가 지표를 사전에 바꿨는데 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자사고 측 주장을 인정했다. 새로운 평가 지표는 자사고에 불리한 것이었는데, 이를 소급해서 적용한 것은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봤다. 자사고는 5년 동안의 운영성과로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는데, 시교육청은 이 기간이 1년3개월 남았을 때 평가계획안을 안내했다. 시교육청은 평가는 법규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자사고 취소 과정에 하자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 지역에서 자사고가 교육 당국을 상대로 승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배재·세화고는 지난달 18일 같은 취지로 승소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부산 해운대고가 지난해 12월 소송에서 승소했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선고 직후 “학생들과 교육에 전념할 시간에 법정에 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조희연 교육감께서 같은 서울시 소속인 자사고도 열심히 교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항소 계획을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은 “행정 영역에서 고도의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처분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했다”며 “진행 중인 소송과는 별개로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고교교육 정상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