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떡이 아니라 말씀입니다

입력 2021-03-24 03:04

청년들을 지도하던 전도사 시절 이야기입니다. 은행에 다니던 한 자매가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초신자였던 그는 열심히 예배에 참석했고 청년부에도 가입했습니다. 어느 주일 점심 식사를 함께하는데 “예배드리던 중 배가 고팠다”고 말했습니다. 사정은 이랬습니다. 그전 주일예배 광고 때 “다음 주일에 성찬식을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성찬식이 뭔지 몰랐던 자매는 옆 사람에게 물었는데, 자세한 설명 대신 떡과 포도주를 먹는 것이라고만 말했습니다. 떡을 좋아하던 자매는 큰 기대를 하며 일부러 아침 식사도 거른 채 교회에 왔습니다. 그런데 세례를 받지 않았던 자매는 성찬식에 참여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옆 사람이 받은 떡을 보니 너무 작아 실망스러웠다고 합니다. 자매 이야기는 우리를 웃게 했습니다. 성만찬의 떡과 포도주는 배를 불리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영의 양식입니다.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오래전 시골에서 손님이 왔는데, 어머니께서 만두를 대접했습니다. 만두를 처음 먹는다던 그는 매우 놀랐습니다. 그동안 만두가 밀가루 덩어리인 줄로만 알았다고 했습니다. 만두피 속에 내용물이 들어있는 걸 알고 놀란 것이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두는 피를 먹기 위한 음식일까, 만두소를 먹는 음식일까.

예수님께서 주시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락방에서 성찬을 행하시며 떡과 포도주를 주셨습니다. 중요한 건 떡과 포도주 자체가 아니라 거기 담긴 영적 은혜입니다. 떡은 십자가에서 찢기신 예수님의 몸이요 포도주는 예수님이 흘리신 피입니다. 떡과 포도주가 만두피라면 예수님의 몸과 피는 만두소에 해당합니다. 그 안에 사죄와 구원의 은혜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형식에 담긴 내용입니다. 생명은 형식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은혜에서 옵니다.

하나님께서는 신명기 8장 3절에서 모세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사람은 떡으로 사는 것 같지만 사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떡은 만나였고 그들은 광야 생활 40년 동안 그걸 먹었습니다. 그들을 살게 한 게 만나뿐이었을까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만나와 함께 말씀도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출애굽기 16장 4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때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서 양식을 비같이 내리리니 백성이 나가서 일용할 것을 날마다 거둘 것이라 이같이 하여 그들이 내 율법을 준행하나 아니하나 내가 시험하리라.”

만나를 먹는 것과 율법을 준행하는 것도 관계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일용할 것을 날마다 거둘 것’이라고 하시면서 ‘욕심내지 말고 그날 필요한 것만 거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백성은 여러 날치의 만나를 거뒀고, 결국 그것은 썩어 벌레가 생겼습니다. 말씀을 어긴 죄의 결과는 썩는 것입니다. 후에 이스라엘 백성이 고통받은 것도 결국 그들이 말씀에서 떠났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생명은 떡에서 오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서 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떡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남의 떡이 크게 보여 그걸 갖겠다고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떡이 아니라 말씀, 즉 말씀에 담긴 은혜에서 옵니다. 이제 우리는 떡보다 말씀과 은혜를 구해야 합니다. 떡이 한국교회에 비만을 가져왔다면 말씀과 은혜는 다이어트와 영적 건강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