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안방에서 흥국생명에 ‘카운터펀치’

입력 2021-03-23 04:08
IBK기업은행 레프트 표승주(오른쪽)가 22일 경기도 화성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흥국생명의 블로킹 벽을 뚫고 공격하고 있다. 앞선 1차전에서 고전했던 표승주는 이날 안나 라자레바(31득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16득점을 뽑고 세트스코어 3대 1 승리를 견인했다. 연합뉴스

IBK기업은행이 6-2로 앞선 2세트. 흥국생명 레프트 김연경이 강력한 백어택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공은 곧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블로킹한 기업은행 센터 김희진에 정통으로 막혔다. 코트 바닥에 엎어진 김연경은 한 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이 장면 하나로 흥국생명의 답답한 상황이 설명됐다.

기업은행이 안방에서 흥국생명에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먹이고 챔피언 결정전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기업은행은 22일 경기도 화성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2차전에서 흥국생명을 3대 1(25-6 25-14 20-25 27-25)로 꺾었다. 양 팀 플레이오프 전적은 1승 1패가 됐다.

기업은행 레프트 표승주가 살아난 경기였다. 1차전에서 흥국생명의 ‘목적타 서브’에 고전하며 리시브효율 18.19%, 5득점(공격성공률 13.79%)에 그쳤던 표승주는 2차전에서 이를 악 물고 나왔다. 표승주는 리시브효율(24.14%)을 높였고, 득점에서도 안나 라자레바(31득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16점(공격성공률 36.84%)을 뽑았다. 1차전 부진한 모습을 보인 조송화 대신 경기에 투입된 백업 세터 김하경도 중요한 경기에서 제 몫을 다 했다.

기업은행은 1세트부터 흥국생명 코트를 맹폭했다. 팀 공격성공률이 56.25%(흥국생명 9.38%)에 달했을 정도였다. ‘주포’ 라자레바는 서브 에이스 3개, 센터 김희진은 블로킹 득점 4개를 기록하는 등 서브(5-0), 블로킹(5-0)에서 모두 흥국생명을 압도했다.

기업은행의 상승세는 2세트에도 이어졌다. 1차전 양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던 김연경은 정확히 위치를 선정한 기업은행 블로커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흥국생명 선수들은 기업은행의 날카로운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공격 기회를 잡아도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릴 수 없었다. 기업은행보다 2.5배나 많은 범실을 기록했다(10-4). 2세트까지 경기 시간이 43분밖에 안 걸렸을 정도로 원사이드 경기가 펼쳐졌다.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 기업은행을 맹추격했다. 김연경이 9득점으로 뒷심을 발휘했고, 브루나도 6득점으로 거들며 승부를 4세트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이날 라자레바, 표승주, 김주향(13득점), 김희진(11득점)이 모두 두 자릿 수 득점을 기록하며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 힘까지 짜낸 기업은행을 결국 넘어서지 못했다.

김우재 기업은행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이번 경기는 오더싸움(상대 배치를 고려해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에서 나았고 리시브도 잘 견뎌줘 저희 것을 할 수 있었다”며 “선수들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고참들이 잘 견뎌주고 최선 다 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해 1, 2세트가 너무 안 좋았던 것 같다. 3, 4세트에선 경기력이 살아나 다행”이라며 “1승을 잃었지만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다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두 팀의 1세트(25-6)는 프로배구 출범 이후 역대 플레이오프 최소 득점 세트이자 2005-2006시즌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3세트(13분)에 이은 최단 시간 2위 세트로 기록됐다.

화성=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