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대검회의, 제 식구 감싸기… 합동 감찰” 역공

입력 2021-03-23 04:05

박범계(사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 대검찰청 불기소 결정 과정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과거 검찰 수사팀 수사 및 대검 최종 결론까지의 과정에 대한 합동 감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불기소 결정은 받아들이면서도 사실상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문제점을 계속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 장관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대검의 수사지휘 이행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며 “지휘권 행사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의 합동 감찰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감찰이 용두사미로 대충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은 이날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기자브리핑에서 “다시 수사지휘를 하지는 않는다. 사실상 대검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라면서도 “혐의없음 결론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 절차적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수사팀 검사가 회의에 사전 협의 없이 참석했고, 간부들이 사건기록을 전부 보지 않고 결론을 내린 것 등을 꼽았다. 박 장관은 “보고서에 의존한 결론이라면 조직 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검사에 대한 편견, 재소자를 믿을 수 없다는 선입견,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대검 회의 종료 후 특정 언론에 회의 내용이 보도된 것도 문제 삼았다. 박 장관은 “국가 형사사법작용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검찰국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의 내용이 알려졌다면 난리가 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합동감찰 대상에는 지난해 모해위증교사 의혹 이첩 과정 및 최근 불거진 임은정 부장검사의 직무배제 논란도 포함됐다. 박 장관은 임 부장검사가 합동감찰에 참여하는지 묻는 질문에 “문제 제기가 있다면 (대검 부장회의) 언론 유출 부분은 임 검사가 하지 않는 게 적절할지도 모르겠다”며 “대검 감찰부의 판단 영역”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감찰의 기본 방향은 징계가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수사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개선 방안이 마련되면 검찰의 재소자 조사 절차가 한층 더 까다로워질 수도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에도 재소자 반복 소환을 원칙 금지하는 개선 방안을 발표했었다. 대검은 “부장회의는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했다”면서도 “합리적 개선 방안이 도출되도록 감찰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가 문제가 없었던 대검 부장회의까지 걸고 넘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