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내부 “입맛 안 맞으면 감찰하겠다는 메시지일수도”

입력 2021-03-23 04:04 수정 2021-03-23 04:04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재심의한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놓고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당시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 없이 회의에 참석한 점, 참석자들이 사건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내린 결론으로 보인다는 점, 회의 직후 언론 보도로 내용이 소개됐다는 점이다.

대검은 박 장관이 이를 토대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됐다”는 입장을 내자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가 요청할 경우 부장회의 녹취록 전체 또는 일부를 제출하겠다고도 했다. 검찰 안팎에선 박 장관의 입장에 대해 “그대로 승복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고검장들까지 참여해 사건 결론을 다시 점검했고, 압도적인 불기소 의견이 있었음에도 의혹과 논쟁이 이어진다는 안타까움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 국면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엄희준 창원지검 형사3부장은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 제안해 회의에 출석, 위증교사가 없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출석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아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반대쪽 입장에서는 ‘제보자’도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이에 대해 “변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요 참고인인 한모씨 진술의 신빙성을 정확히 판단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고 맞섰다.

이 국장은 “6000페이지의 방대한 기록을 짧은 시간 내에 다 봤는지, 아니면 보고서와 짧은 문답식 판단으로 파악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나 감찰위원회 등 어떤 회의체에서도 전체 기록을 소화하지는 못한다”는 말이 나왔다. 박 장관은 국회에서 이번 사건 기록의 규모를 “3일 정도면 다 볼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지휘권 행사에 따른 대검 부장회의는 19일, 공소시효 완성은 22일이었다.

법무부는 대검 부장회의의 내용이 특정 언론에 보도된 점을 언급하며 “어느 정도 경위 파악은 돼 있다”고 했다. 사실상 고검장들까지 모두 조사한다는 선언에 검찰 내부에서는 “‘꼬투리 잡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검은 “회의 과정과 결론이 곧바로 특정 언론에 보도되거나 SNS 등을 통해 알려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수의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 형사입건 여부 등 보안이 요구되는 의사결정 과정이 관계자의 SNS로 공개된 전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이 직접 주문했던 대검 부장회의의 결론을 ‘존중한다’고 하지 않고 ‘확인했다’고만 밝힌 데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차장검사는 “결국 추미애 전 장관 때나 지금이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감찰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이경원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