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약속에도 신흥국 잇따라 금리 인상… 코스피에도 부담

입력 2021-03-23 04:02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크게 올리고도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유지를 약속했지만 시장은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표 시중금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급등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주요 신흥국은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 태세로 전환했다. 이런 환경은 가까스로 3000선을 유지하며 ‘고공 횡보’ 중인 코스피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다음 날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급등하며 1.7%대로 올라섰다. 연준이 미 대형은행에 대한 한시적 자본규제 완화 혜택을 끝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FOMC 회의 후 브라질(17일) 터키(18일) 러시아(19일) 등 신흥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브라질은 연초 물가상승 부담을 이유로 금리를 2%에서 2.75%로 올렸고, 터키는 17%에서 19%로 2% 포인트 인상했다. 러시아는 4.25%에서 4.5%로 올리며 2018년 12월 이후 첫 인상을 단행했다.

명목상으로는 물가상승을 들었지만 내심 이들 신흥국은 미국 채권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 때문에 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미국 성장률이 예상을 넘는 6.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렇게 경제가 호조를 보인다면 전 세계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이때 경제 펀더멘틀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은 자본 유출로 인해 자칫 금융·외환시장에 큰 혼란을 겪을 수 있기에 선제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것이다.

급격한 외화유출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 역시 미 채권금리 인상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22일 보고서에서 “최근 코스피는 3000선에서 두 달간 횡보하면서 시장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며 “이 시기에 조정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유는 긴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거래대금이 감소하는 등 증시 활력도 많이 떨어졌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2312억원이다. 지난 1월(26조4778억원), 2월(19조954억원)과 비교해 각각 42.4%, 20.2%가량 감소했다. 이달 개인의 일평균 순매수 금액은 3051억원으로 전월(4687억원) 대비 약 35% 줄었다.

환율 시장도 유동적인 상황이다. 지난 10일 달러당 114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하락해(원화가치 상승) 1120원대 후반을 횡보 중이다. 하지만 연초 대비로는 4% 이상 오른 상태다. 경기회복 가능성, 국채금리 및 연준의 움직임 등에 따라 원화도 영향권에 놓여 있는 셈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FOMC에서 중장기적으로 연준의 완화적인 방향성이 확인되긴 했지만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빠르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추세가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10년물 1.75% 터치, 증시는 무너질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물가와 금리만 놓고 보면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경제가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시의 중장기 상향 추세를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