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큼은 꼭 웃고 싶어요.” 대표팀 주장 김혜리(30)의 말투는 다부졌다. 결전을 앞두고 모인 마지막 훈련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였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도쿄행 외나무 다리인 중국과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한 데 모였다. 중국을 누른다면 대표팀은 여자축구 역사상 첫 올림픽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콜린 벨 대표팀 감독은 22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명단에 오른 선수 28명 중 25명을 불러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1월 소집 이후 약 2개월만이다. 영국 잉글랜드에서 뛰는 조소현(토트넘 홋스퍼)과 지소연(첼시), 이금민(브라이턴 호브앨비언) 3명은 구단과 귀국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벨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한 뒤 다음달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를 중국과의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설 20명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벨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식 선수명단 등록 마감일인 7일보다 일찍 최종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대표팀은 이미 지난 1차전을 치렀어야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달 2일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지난 19일과 24일 열리기로 되어있던 1·2차전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8일 1차전을 홈경기로 치른 뒤 2차전을 다음달 13일 중국 쑤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맞는다.
주장 김혜리는 “벌써 올림픽 도전이 세 번째다. 그간 올림픽 진출이 좌절될 때마다 많이 속상했고 아픔을 겪었다”면서 “이번만큼은 꼭 웃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찬스가 많이 나진 않을 것”이라면서 “어떻게 그거 살려서 좋은 흐름 가져가느냐, 기선제압이 제일 중요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협회가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한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추효주는 “언니들에게 미치지 못하더라도 열정과 패기로 경쟁하겠다”면서 “언니들이 간절한만큼 막내들도 언니들을 잘 따라가서 꼭 올림픽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멀티플레이어 장슬기는 기자단에 “저번(1월) 훈련 때보다 지금 몸상태가 더 좋다”면서 상대인 중국 선수단에 대해 “신체적으로 뛰어나지만 유럽 선수들보다는 (상대하기에) 낫다.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벨 감독은 “1년 동안 중국 역시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전력 파악이 쉽지 않다”면서 “확실한 건 신체적으로 강하고 거칠 것이라는 점”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 역시 2019년 부임 이래 시작했듯 더 빠르고 고강도 플레이를 하며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면서 우리말로 “저도 도쿄 가고 싶어요. 선수들도 가고 싶어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에 여자축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6년 이래 올림픽 출전 경력이 없다. 여자축구 강국인 중국과 일본이 매번 앞을 가로막았다. 다만 여자월드컵에는 2015년 캐나다월드컵에서 강호 스페인을 꺾고 첫 본선 1승을 따내며 16강에 진출한 이력이 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3전 전패했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다. 아시아에서는 호주가 이미 지난해 3월 베트남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올림픽 진출을 확정해 남은 도쿄행 티켓은 대표팀과 중국이 놓고 싸울 1장뿐이다. 대표팀은 앞서 2019년 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서 중국과 득점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경기는 벨 감독의 부임 뒤 첫 경기였다.
파주=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