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 금리마저 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발맞춘 대출 총량 줄이기 차원이다. 은행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에 이어 전세대출 금리까지 위를 향하면서 가계의 빚 무게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전세대출인 ‘우리전세론’의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 담보 대출에 적용하던 우대금리 폭을 기존의 연 0.4% 포인트에서 0.2% 포인트로 낮춘다고 22일 밝혔다. 신규·기간연장·재약정·조건변경(채무인수 포함) 대출자에게 적용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우리전세론 우대금리 폭을 0.8% 포인트에서 0.4% 포인트로 줄인 데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인하했다. 우대금리 축소는 실질적으로 금리 인상 효과를 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적정 수준의 자산 증대를 통한 정부 정책 부응 목적”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올려 대출 쏠림 현상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5일부터 주택금융공사 등이 보증하는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2% 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에도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신한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1% 포인트 인하했었다. 다만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의 경우 현재로서는 전세대출 금리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4대 은행의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지난해 7월 말 연 1.99%에서 최근 2.61%로 올랐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도 0.27% 포인트 높아졌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각각 0.2% 포인트, 0.3% 포인트 낮춰 사실상 금리를 올렸다. 최근 은행채 단기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주택담보대출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은행에서 나간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003조1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733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