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마스크가 뭐예요?… 목욕탕 방역 정책 전문가도 ‘황당’

입력 2021-03-23 00:03

정부가 22일부터 지역사회의 목욕탕발(發) 집단 감염에 대응해 해당 시설의 방역 수칙을 강화하면서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무화한 ‘시설 내 방수 마스크 착용’을 두고 실제 감염 차단에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방역 당국이 강조한 ‘1시간 내 시설 이용’ 조치 등은 권고에 그쳐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성 허리디스크 증세로 고온 찜질을 위해 일주일에 적어도 2회 이상 목욕탕을 찾는 이모(67·여)씨는 지난 주말 방수 마스크를 찾느라 진땀을 뺐다. 이씨가 사는 경남 진주에서 목욕탕 이용 시 ‘방수 마스크’를 쓰도록 의무화했지만 정작 어떤 회사의 제품이 방역에 효과가 있는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목욕탕에 자주 다니던 동네 주민들도 다들 방수 마스크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아들에게 방수 마스크를 주문하라고 했더니 아들조차 방역 기능이 붙은 방수 마스크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씨는 “일반 마스크는 습기가 차면 방역 효과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방수 마스크라고 해서 100% 방수가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아들은 ‘차라리 지자체에서 어떤 업체의 방수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안내해줬으면 좋겠다’며 답답해했다고 한다.

목욕탕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5년째 목욕탕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당국이 1시간 내로 목욕을 하고 나오라고 이용객에게 권고하는데 일일이 입장 시간과 이용객 얼굴을 기억해뒀다가 시간이 지나면 탕으로 들어가 나오라고 제지를 해야 하는 것인지 그저 난감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8㎡당 1명’이라는 입장 기준도 문제다. 김씨는 “최대한 혼잡도를 줄여 거리두기 효과를 보자는 것이 당국의 취지일 텐데 실제 고령층의 경우 동네 주민 2명만 있어도 서로 대화를 하고 등을 밀어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목욕탕 방역 강화 조치가 현실적인 감염 차단으로 이어질지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수와 방역이 모두 가능하고 식약처 인증까지 받아낸 ‘만능 마스크’가 있는지 들어본 적도 없는데 방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해당 조치는 지나치게 성급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습도와 온도가 높은 탕 내에서는 거의 살아남지 못하는 바이러스 특성을 고려하면 탈의실의 소독 작업에 신경을 쓰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방역 당국이 이날부터 시행하는 목욕탕 종사자들에 대한 코로나19 전수 검사도 인권 침해로 봐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서울시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내린 데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목욕탕 종사자에게서 감염이 시작됐다는 의학적 근거도 없는데 무작정 전수 조사로 낙인만 찍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