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나주 교회들 힘모아 지역 소외이웃에 ‘희망상자’ 전한다

입력 2021-03-24 03:03
김종언 김광남 이경구 방인용 목사(왼쪽부터)가 ‘희망상자’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희망상자는 국민일보와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부활절 캠페인의 하나로, 생필품과 방역물품 등을 담아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또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이경구 대구 나눔과섬김의교회 목사가 22일 교회에서 ‘따뜻한 마음을 담은 희망상자’라고 적힌 종이에 적은 편지 내용이다. 이 목사와 김광남(경산교회) 김종언(진량제일교회) 방인용(청도대성교회) 목사는 이날 한자리에 모여 어려운 이웃을 향한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편지는 국민일보와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함께하는 ‘회복과 섬김을 위한 2021 부활절 캠페인’ 중 어려운 이웃에게 생필품과 방역물품 등을 전달하는 ‘희망상자’에 담길 예정이다.

6주간의 온라인 연속 기도회를 통해 영성을 회복하고 희망상자를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이번 캠페인에 대구와 전남 나주 등 지역교회들이 연합해 동참하고 있다. 더 많은 이웃에게 부활의 기쁨과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 희망상자 캠페인은 교회가 한 상자당 5만원을 기부하면 기아대책이 5만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추가해 구성한 10만원 상당의 희망상자를 소외 이웃에게 전달하는 운동이다.

나눔과섬김의교회 등 네 교회는 부활절 헌금을 통해 대구·경북 지역 소외된 이웃 700여 가정에 희망상자를 전달한다. 상자를 전달할 이웃도 교회들이 직접 지자체와 소통하며 선정할 계획이다. 기아대책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한 후원교회 모임 ‘에클레시아클럽’에 가입하는 등 기아대책과 긴밀하게 소통해온 이 목사가 먼저 캠페인 소식을 듣고 참여를 결정했다. 이후 평소 같은 노회에서 가깝게 지내던 목회자들에게 연합을 제안했다.

각자의 교회에서 섬김 사역을 해온 이들이 손을 잡은 건 이번 사역이 어느 한 교회의 것이 아닌 한국교회의 섬김으로 지역사회 이웃들에게 비치길 원했기 때문이다. 김광남 목사는 “대사회적으로 교회의 이미지가 안 좋아진 상황에서 이웃들에게 교회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곳임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구 목사가 희망상자에 담아 이웃에게 전달할 편지를 쓰는 모습.

이 목사는 “고대 로마제국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그리스도인들의 섬김과 헌신 덕분에 복음화율이 80%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며 “선한 일에 동참함으로써 교인들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잠재적 그리스도인인 이웃에게도 한국교회의 사랑과 헌신을 보여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대구·경북 신천지 사태로 코로나19 당시 큰 타격을 입은 교회들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역사회를 열심히 섬겨왔지만, 하락한 교회 이미지를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목회자들은 이번 캠페인이 위기의 돌파구가 되리라 기대했다.

방 목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정말 많이 고민해왔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신앙을 붙잡고 섬김과 나눔이라는 본질로 나아간다면 시련이 우리를 단련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더욱 온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목회자들은 대구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캠페인 참여가 일어날 때 변화의 힘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김종언 목사는 “혼자 하는 사역도 좋지만, 많은 교회가 힘을 모을 때 한국교회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며 “특별히 부활절을 맞아 지역사회를 함께 섬김으로써 부활의 참된 의미를 사회에 전하고 교회가 아름다운 공동체임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캠페인엔 작은교회들도 연합해 힘을 보탰다. 전남 나주혁신도시의 초교파 개척교회 연합 ‘위러브빛가람’은 나주 지역의 소외된 이웃 180여 가정에 희망상자를 전달하기로 했다. 위러브빛가람은 2017년 모임을 시작해 매년 도시문화축제와 바자회, 소외계층 냉장고 채워주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를 섬겨왔다.

위러브빛가람은 코로나19로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의 사랑을 어떻게 흘려보낼지 고민하던 중 기아대책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 작은교회들도 연합해 참여할 수 있는 사역이라는 점에서 캠페인의 의미가 더 와닿았다고 한다. 위러브빛가람에 속한 교회 대부분은 성도 수가 50명이 되지 않는다.

위러브빛가람의 박용주 나주혁신장로교회 목사는 “큰 교회들은 나눔의 규모도 크고 공공기관과 소통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파급력도 상당한데, 우리는 모두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교회다 보니 한계를 많이 느꼈다”면서 “인프라와 영향력을 갖춘 NGO 단체와 함께하면 작은교회들도 힘있게 이웃을 섬길 수 있으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신도시에 개척한 지역교회로서 위러브빛가람 목회자들은 도시에 건강한 복음 생태계를 이루고 도시 전체를 풍요롭게 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지역주민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도시문화축제를 기획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도시의 번영은 물론 가난과 궁핍도 함께 감당하는 게 지역교회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박 목사는 희망상자와 같은 캠페인이 일회성에 머물지 않고 작은교회와 NGO가 장기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힘이 약해 스스로의 힘으론 물꼬를 트지 못하는 작은교회들에 희망상자는 섬김의 물꼬를 트는 소중한 역할을 해줬다”며 “궁극적으로는 큰 교회와 작은교회, 신자와 불신자가 모두 참여하는 지역사회의 섬김 플랫폼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