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사에 기록될 회담” 자화자찬

입력 2021-03-22 04:07
중국의 양제츠(오른쪽)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박2일 미중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자국 매체와 인터뷰하고 있다. 미중은 세 차례 회담을 가졌지만 공동 발표문을 내지 못하고 회담을 끝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별다른 합의 없이 서로 고성만 주고받은 미·중 간 첫 고위급 회담을 두고 “중국 외교사에 기록될 역사적 회담”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 대표단이 미국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할 말 다 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반면 서구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對)중국 강경 노선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고 평가하며 미·중 관계 정상화가 실패했다는 데 주목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20일 사설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알래스카에서의 회담은 그 과정에서 역사적 이정표로 여겨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중국을 억지하는 데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중국을 무너뜨리는 것은 환상이고 중국을 겁주려는 건 더 큰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SNS에는 미·중 고위급 회담을 보고 자긍심을 느꼈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온라인쇼핑몰인 티몰과 핀둬둬 등에는 ‘내정 간섭 중단’ ‘미국은 말할 자격이 없다’는 등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앵커리지 어록’이 새겨진 티셔츠와 휴대폰 케이스가 판매될 정도로 분위기가 뜨겁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던 중국의 기대는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무역 불균형과 기술 탈취 등 주로 경제 분야에서 중국을 공격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문제까지 포함한 전 방위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관계의 ‘리셋’ 버튼을 누르려는 중국의 희망을 바이든 행정부는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중 관계의 조기 정상화가 무산되면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관계가 악화될수록 북한에 핵 포기를 압박할 유인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양국의 설전이 국내외 청중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국에선 민주·공화당 할 것 없이 반중 기조에 있어서만큼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중국은 힘을 과시하는 ‘늑대 외교’를 미국 앞이라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왕융 베이징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양측은 국내 정치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비난에 직면해 힘을 보여줘야 했다”며 “양측은 후속 협상에서는 더 실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조성은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