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당시 재소자의 위증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검의 앞선 무혐의 처분 과정에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고, 이에 따라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기소 여부를 다시 판단한 결과다. 한 전 총리의 명예회복까지 거론됐던 이번 사건은 진정 제기 1년 만에 최종 종결되게 됐다.
대검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해 지난 5일의 무혐의 처분을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대검 부장 7명, 전국 고검장 6명은 19일 마라톤 회의를 열고 20일 새벽 표결 끝에 사건을 불기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출석 인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 기소 의견은 2명, 기권이 2명이었다.
회의에는 이번 사건을 오래 조사해온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출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 연구관이 충분히 주장을 개진할 수 있도록 발언을 허용했다고 한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5일 대검이 이번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근거였던 연구관 회의에 한 부장, 임 연구관이 불참한 사실을 지적했었다.
사건 처리에 관여해온 한 부장, 부장회의를 소집·주재한 조 대행은 애초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11시간30분에 이른 회의의 말미에 결국 출석한 14명 전원이 투표하기로 결정됐다. ‘10대 2대 2’로 재소자 김모씨를 불기소한다는 결론이 알려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 부장회의의 기소 여부 판단을 거친 이번 사건은 다른 변수 없이 그대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 17일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브리핑 당시 “대검 부장회의가 기존 의견(무혐의)을 유지하면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위증 혐의자였던 김씨의 공소시효는 22일 밤 완성된다.
이번 사건은 2011년 한 전 총리의 재판에서 검찰이 재소자들에게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는 허위 증언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지난해 4월 제기되며 시작됐다. 사건 처리 과정을 놓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립했고,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보고 이후에도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다가 박 장관이 수사지휘까지 행사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검 부장회의의 무혐의 결론 이후 “씁쓸하다”는 평을 내놨다. 별다른 증거 없이 10년 전의 ‘여권 대모’ 수사를 놓고 검찰 내부가 갈라져 흔들렸다는 것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예외적이지 않고, 정치권의 입맛에 남용되고 있다는 검찰 내부 반응도 많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이 검찰의 수사 관행 반성의 교훈을 남겼다는 평가도 있다. 박 장관은 사건관계인 수사에서의 인권침해, 수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제보자로 활용한 점, 불투명한 소환·조사 등 잘못된 수사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팀과 재소자 간 유착 의혹, 조서 없는 출정조사 등의 관행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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