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직원 규모와 영업점 수는 빠르게 줄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은행원들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 진 것이다. 희망퇴직 조건이 후해지면서 지난해 은행장보다 많은 ‘마지막’ 연봉을 받고 은행을 떠난 직원들도 여럿 나왔다.
21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직원의 연평균 급여는 2017년 9025만원에서 지난해 9800만원으로 3년 새 775만원(8.6%) 올랐다.
국민은행이 1300만원 늘어 상승폭이 가장 컸고, 우리은행은 800만원, 신한·하나은행은 500만원씩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1억400만원)이었으며, 이어 하나은행(9700만원), 신한은행(9600만원), 우리은행(9500만원) 순이었다.
각 은행의 연봉 상위 5인은 퇴직자들 차지였다. 하나은행의 경우 연봉 ‘톱5’ 전원이 지난해 12억원대 급여를 수령해 10억2200만원을 받은 지성규 행장보다 2억원 이상 더 받았다. 우리은행도 연봉 상위 5인 모두 부장대우급 명예퇴직자가 채웠다. 7억6000만∼8억7000만원을 받아 권광석 행장의 연봉(5억53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신한은행은 11억3000만원을 받은 진옥동 은행장을 제외한 톱5 4명이 모두 퇴직자였으며, KB국민은행 역시 전체 은행장 중 연봉 1위인 허인 행장(18억6000만원)을 뺀 2~5위가 희망퇴직 직원이었다. 4대 은행을 비롯한 전체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지급한 퇴직금 규모는 역대 최대인 1조3338억원에 이른다.
시중은행들은 디지털화를 위한 몸집 줄이기 차원에서 최대 3년치 임금에 학자금, 전직 지원금 등 ‘당근’을 제시하며 희망퇴직을 유도했다. 이 영향으로 4대 은행 직원 수는 2017년 말 6만457명에서 지난해 말 5만7896명으로 2561명(4.2%) 감축됐다. 이들 은행의 영업점 수도 2018년 말 3563개였던 것이 지난해 말 3303개로 2년 새 260개나 줄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