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신고에 현수막 공방까지… 인천공항 ‘골프장 갈등’ 격화

입력 2021-03-22 04:02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14일 스카이72 인근에 설치한 현수막.

수도권 최대 규모인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지 골프장 운영권을 둘러싸고 현 사업자 스카이72와 인천공항 간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김경욱 신임 인천공항 사장이 영업을 중단하라고 스카이72에 공식 통보한 기한이 열흘 남짓 남은 가운데 양측은 집회 신고, 현수막 설치·철거 등으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21일 인천공항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다음달 1일 이후 스카이72가 운영을 중단하지 않을 상황에 대비해 여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김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스카이72 측이 4월 1일까지 운영을 중단하지 않으면 법정 분쟁이 끝날 때까지 지역 주민에 스카이72 골프장을 여가 시설, 산책로로 개방하겠다. 내가 직접 시민들을 데리고 골프장 안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다음달 1일부터 11일까지 스카이72 진입로에 집회 신고를 냈다. 김 사장이 실제로 ‘산책로 안내’ 퍼포먼스를 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인천공항은 골프장 내 전기와 물을 끊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스카이72 인근에 LED 차량 전광판을 설치해 이용객에게 골프장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과 이에 따른 피해 예방 등을 알리고 있다. 전광판에는 “스카이72는 토지 무단 점유 영업 중인 골프장입니다. 골프장 이용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다.

스카이72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22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스카이72 바다코스와 하늘코스 앞, 골프연습장 입구, 인천공항 청사 앞,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 등 5곳에 집회 신고를 냈다. 영업에 지장을 주는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인천공항 측이 지난 14일 스카이72 인근에 골프장 갈등 내용을 이용객에게 알리는 현수막 설치하자, 스카이72는 그날 이 현수막을 철거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인 공사가 법률적인 절차가 진행 중인 민간 기업에 불법 현수막 등을 동원한 비방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천공항은 보도자료를 내고 “현수막은 상대방 사업자를 비방하려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돼 사전 고지하는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스카이72는 2002년 인천공항과 맺은 골프장 운영실시협약에 따라 지난해 12월까지 골프장 영업을 종료했어야 했다. 그러나 공사의 제5활주로 건설 사업 지연에 따른 지상물매수청구권과 유익비 상환을 위한 유치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공사를 상대로 법적 분쟁을 제기했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