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19일 치열한 신경전 끝에 가까스로 접점을 찾았다. 두 후보가 이날 하루에만 두 차례씩 기자회견을 열면서 협상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협상이 재개됐다. 향후 협상은 여론조사기관 2곳이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를 100% 무선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오는 25일 이전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오 후보와 만난 뒤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어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 있다면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제안은 여론조사기관 2곳에서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유선전화 비율을 10%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는) 수용한다고 말만 했지 구체적 내용이 없는 상태”라며 “모든 것을 다 수용한다고 해서 들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또 “어떤 안을 받아들이는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요구는 가상대결이 아닌 경쟁력 조사를 하고 유선전화를 10% 포함하자는 조건이었다’는 안 후보 측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혼란만 가중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두 후보의 ‘양보 경쟁’으로 급변했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각각 비슷한 시간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석의 뒷말이 많다”면서 “국민의힘 협상단은 경쟁력 조사와 유선 10% 포함을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참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도 수용하겠다. 이제 만족하냐. 다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 후보는 서울시 선관위에서 후보등록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결정은 또 하나의 바보 같은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전화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 결정으로 제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택되지 못하는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며 “서울시장을 탈환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을 따르겠다”고 했다.
두 후보가 돌연 양보 경쟁을 벌이는 데는 단일화 효과 반감을 우려하는 측면이 크다. 선거운동 시작일인 오는 25일 이전까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단일화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오·안 후보가 각각 기호 2번과 기호 4번을 찍어 달라는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오는 29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하면 투표용지에 사퇴 여부 표시를 할 수도 없게 된다.
두 후보가 양보 선언을 한 배경에는 협상 지연의 책임을 상대 후보에게 돌리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이날 두 후보는 각각 서울시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마쳤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서로 양보를 했으니, 절충을 하려면 두 사람이 만나서 다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