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19일 부동산 재산등록 대상을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는 등의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을 밝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업무를 하는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모든 공직자로 재산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거래 시 사전신고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LH 사태로 국민적 공분이 폭발한 상황에서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 될 뿐 아니라 과잉 입법이라는 논란도 예상된다. 공직자의 모든 부동산 거래를 미리 신고하게 하는 것은 비투기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언급한 모든 공직자의 범주에는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 공기업 직원까지 포함돼 등록 대상만 최소 150만명이 넘는다. 재산 등록과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대규모 입지 선정이나 공공개발 등의 업무와 관련 없는 하위 공직자까지 잠재적 투기꾼으로 여겨 의무적으로 재산을 신고하게 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런 대책으로 차명 투기를 막을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차명을 동원한 투기 거래를 차단하지 못하면 재산등록 의무화나 거래 사전신고제 모두 빈껍데기가 될 뿐이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실효성 논란으로 흐지부지될 수 있는 큰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다. 공직자들의 불법 투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책을 강구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의지만 강하고 내실이 없는 투기 방지책은 목전의 선거를 의식해 ‘뻥튀기식 대책’을 급조했다는 비판만 받을 수 있다.
불법 투기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고 업무 관련성이 큰 공직자의 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꼼꼼한 방안부터 마련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수사, 여야가 합의로 추진 중인 특검 등 여러 갈래 방안이 이미 자행된 공직자 투기를 빈틈 없이 드러내 엄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이날 2차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실명으로 거래한 7명만 찾아내 분노에 기름을 부었던 1차 때처럼 국민의 요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은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되며, 과시용이 아닌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국민이 수긍할만한 것이어야 한다.
[사설] 보여주기식 투기 근절책으론 안 된다
입력 2021-03-2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