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장·홍콩·대만인 강압” “美, 흑인 살육” 충돌

입력 2021-03-20 04:01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중국의 첫 고위급 회담은 상견례부터 가시 돋친 비방전으로 시작됐다.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양측은 18~19일 이틀 동안 총 3차례 회담을 진행한다.

첫 만남부터 분위기는 험악했다.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은 양측이 짧게 회담 요지를 설명하거나 덕담을 주고받는 게 외교적 관례다. 하지만 양측은 약속된 2분의 모두발언 시간을 넘기며 서로를 향한 비난에 몰두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양측 공방이 1시간 넘게 언론에 중계됐다.

블링컨 장관은 “신장·홍콩·대만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활동은 물론이고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경제적 강압이 규칙 기반의 세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 점이 (중국의 문제들이)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니며, 우리가 오늘 문제를 제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

신장·홍콩·대만은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다.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한 미국 측 비판에 중국은 미국 흑인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역공을 펼쳤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의 인권이야말로 흑인 시민들이 살육당하는 등 최저점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 경찰관의 흑인 살해 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내부 불만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중국 공격을 위해 다른 나라를 선동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측이 15분이나 반격 연설을 쏟아내자 미국이 재반격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퇴장 중인 취재진을 돌려세운 뒤 “지금까지 100여 개국과 통화했는데 모두 미국이 동맹들에 돌아온 것을 깊이 만족해 했다”면서 “나는 당신들(중국) 정부가 하는 활동들에 대한 깊은 우려도 함께 듣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 종료 후에도 미·중은 ‘기선제압식 연출’ ‘외교적 결례’를 운운하며 서로를 맹비난했다. 18일 비공개 만찬, 19일 마지막 담판이 남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실질적 의견 교환보다는 서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다 회담을 끝낼 가능성이 크다고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