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청소년들을 위협하고 있다. 생명이 아닌 그들의 평온에 대한 이야기다. 15개월째 이어진 감염병 확산세는 학원과 체육시설, 민간 놀이시설을 넘어 학교까지 문을 닫게 했다. 돌봄의 손길에서 벗어나 갈 곳을 잃은 학생들은 온라인 채팅과 게임에 빠졌다. 일부는 인권이 짓밟히는 폭력에 노출되고, ‘온라인 그루밍’과 같은 디지털 범죄에까지 연루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실제 청소년 선도현장에서는 가출·자살·학폭(학교폭력) 등의 상황에 처한 위기청소년의 증가세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어진 2020년을 전후로 더욱 가팔라졌다는 우려 섞인 경험들이 전해진다. 청소년 범죄와 보호관찰대상의 재범률도 증가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린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나 국회 차원의 대책은 논란이 된 범죄사건에 대한 규제나 처벌을 논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2019년 말, 여성가족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추진한 ‘청소년안전망’ 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전국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전담공무원을 배정하고 사례관리사들을 채용해 부서를 신설한 파주시의 경우가 주목 받고 있다. 관심의 중심에 있는 최종환 파주시장을 만났다. 그는 18세 소녀 A양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청소년안전망팀’의 역할과 전담부서를 두게 된 배경, 그리고 청소년들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풀어냈다.
A양은 팀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직후인 지난해 4월 파주경찰서 의뢰로 팀과의 인연을 맺었다.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아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를 잃어 고시원비를 내지 못할 처지였다. 결국 경찰이 나서게 됐고, 팀의 도움으로 청소년 쉼터로 거처를 옮겼지만 이후로도 적응 문제 등으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최 시장은 A양이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전하며 “그럼에도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담당 사례관리사와 파주시가 끈을 놓지 않았고, A양은 현재 기숙생활이 가능한 인력개발원에 입소해 대학진학과 취업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A양처럼 총 240명의 위기청소년에게 일상의 평온을 찾아줬고, 위기로 내몰렸던 고위험 청소년 4542명의 평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심리검사나 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에 올해에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정책을 개발할 연구부터 ▲의료·상담·진료 등 전문기관과의 연계강화 ▲지역소재 교육기관의 순회상담 ▲진로·힐링 체험이 가능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하는 배경을 파주의 변화와 본인의 시정철학으로 설명했다. 접경지역이란 낡은 이미지를 벗어나 운정신도시 등을 주축으로 젊어지는 파주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파주는 더 이상 군사도시, 화약고와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평화의 시대 ‘한반도 평화수도’로 공생과 상생, 번영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평화는 남북의 평화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아래로는 학교에서 청소년기의 학생들 스스로가 느끼는 심리적인 부분까지 포함한다. 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청소년안전망팀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직접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청소년 시기를 겪는다. 그때 누군가가 잘 인도해준다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사회에 기여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선순환 구조는 가정과 학교만의 숙제가 아니다. 지자체도 함께 나서야 한다고 봤다. 그런 뜻에서 청소년문제를 다루던 체육과를 둘로 나눠 보육청소년과를 신설하고, 안전망팀을 통해 지원과 보호, 육성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주를 청소년들에게 친화적인 인증도시로 만들어 위기청소년을 보호하고, 신체적·정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진로와 직업을 제시하겠다”면서 “적어도 경제적 이유로, 코로나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갈등으로 방황하거나 위기에 내몰리는 이들이 더는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뜻에 공감해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