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훈(50) 서울 하늘뜻담은교회 목사에겐 최근 교회 명함 외에 또 하나의 명함이 생겼다. 서대문구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만남을 기획하고 주민들이 관련 공모사업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마을지원활동가 ‘마을사업 협력지기’ 명함이다. 이 목사는 이 밖에 홍은2동 주민자치위원, 초등학생 등교를 지도하는 교통안전지도사 등 다양한 마을 활동을 한다.
서대문구 홍은동 하담커뮤니티에서 지난 9일 만난 이 목사는 자신을 ‘마을활동가’라고 소개했다. 마을활동가는 주민들의 의견을 대표성 있게 지자체에 전달하고 지자체 사업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등 중간자 역할을 한다. 이 목사는 “아직 직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새로운 직업”이라며 “마을공동체 활성화가 지자체의 중요 목표가 되면서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관련 포지션을 만드는 등 마을활동가를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마을활동가는 지역 일에 관심을 갖고 주민회 부녀회 등 지역 자치에 참여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경우 많다. 그러나 이 목사가 마을 활동을 시작한 건 지역 취약계층을 섬기면서였다. 2016년부터 서울 강서구 유향교회에서 목회하던 그는 평일에 지역을 다니며 취약계층 주민들을 만났다. 독거노인의 말동무가 돼주고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면서 그는 마을 활동이 목회지향적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지난해 지금의 교회를 개척한 후엔 서대문구의 지자체 일자리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마을활동가 일을 시작했다.
이 목사는 “코로나19로 전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교회가 속한 지역에 관심을 갖고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교회를 다니지 않는 주민도 ‘잠재적 크리스천’으로 여기고 목양의 대상으로 삼는다. 마을 일은 큰 틀에서 목회와 같다”라고 말했다.
마을활동가로 주민들을 만날 때 그는 자신이 목회자임을 밝히지 않는다. 먼저 관계를 맺고 도움을 주면서 신뢰를 충분히 쌓는다.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됐을 땐 주민들이 자연스레 그가 목사인 걸 알아챘다. 이 목사는 “복음 전도는 한순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관계와 신뢰를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활동엔 성도들의 이해와 지지가 기반이 됐다. 현재 함께 예배드리는 다섯 가정의 성도들은 대부분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등 마을 활동에 관한 공감대가 있다. 교회가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한 하담커뮤니티 사역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개관이 미뤄진 하담커뮤니티에서는 청소년에게 무료로 라면을 끓여주는 ‘십대라면’, 독서 모임과 문화교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시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목사는 지역을 섬기는 ‘마을 목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목회자들이 마을 활동에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 이 목사는 “복음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건 목회자이고, 목회자가 앞장서서 지역주민을 만나 복음 전파에 힘쓸 때 성도들도 복음을 전하는 일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며 “성도들을 목양하는 일에도 힘써 지역주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건강한 교회공동체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