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투기의혹과 관련, 해당지역 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토지거래 정황을 토지 등기부등본까지 일일이 대조해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산단개발 사업예정지 주민들로 구성된 경기도 용인 처인구 원삼면 주민통합대책위원회는 18일 용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예정지 일원에서 LH의 투기로 의심되는 30여건을 확보했다”며 “용인시가 자체 조사해 발표한 내용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주민대책위는 원삼면 일대에서 진행되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예정지 피수용민 단체다. 반도체클러스터는 처인구 원삼면 일원 416만㎡에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SK하이닉스가 약 12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2017~2019년 반도체클러스터 반경 2㎞ 이내 토지거래 내역 600여건을 조사해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 80건가량을 발견했다”며 “이 가운데 30여건이 LH 직원이 한 거래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토지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하는 방법으로 조사했다”고 했다.
대책위가 밝힌 투기 의혹 거래 지역과 면적은 원삼면 사암리 일대 2만㎡, 죽능리 일대 5000㎡, 독성리 일대 1050㎡다. 대책위는 LH 직원의 신상과 거래내용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밝힐 수 없지만,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모든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LH는 “주민들의 주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등기부등본상 이름은 (LH직원들과) 동명이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대책위는 2016년까지 투기 관련 조사 시기 확대, 반도체클러스트 설계·감리업체 및 SK 직원 등 수사 대상 확대, 수사와 함께 진행 중인 행정절차 중단, 지자체 자체 조사 아닌 수사전담기관의 수사 등을 요구했다.
관내 반도체클러스터 투기 의혹과 관련 용인시 공무원 6명이 사업계획이 공개되기 전부터 해당구역과 인접한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시청과 용인도시공사 전 직원 4817명의 토지거래현황을 조사한 결과,산업단지 행정구역 내 토지를 거래한 공무원 6명을 발견했다”며 “이중 투기가 의심되는 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18일 밝혔다.
6명 중 3명은 투기가 확실시된다. 사업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거나 토지 취득 경위가 분명하지 않은 이들이다. 백 시장은 ”투기가 의심되는 3명은 투기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토지 취득 이유 등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투기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용인 지역 투기 의혹에 연루됐다. 송 시장의 배우자 홍모(68)씨는 2009년 7월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용인 처인구 임야 일부를 5929만원에 사들였다. 전체 토지 지분을 91명이 나눠 갖는 방식으로 매입해 ‘쪼개기 매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세종시에서는 공무원 3명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를 미리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단으로 지정되기 6개월 전부터 토지를 사고는 이른바 ‘벌집’으로 불리는 조립식 주택을 세웠다.
각 지자체의 투기의심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수사 중인 37건 중 절반인 16건이 3기 신도시 관련 수사고, 나머지는 각 지역개발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내·수사 대상자 198명 중에는 지자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민간인이 포함돼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땅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A씨를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의혹을 받는 다른 직원들도 차례로 조사할 계획이다.
특수본이 운영 중인 신고센터에 제보·첩보도 쌓이고 있다. 17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접수된 신고는 총 243건인데, 이 중 50여건 제보에 대해선 신빙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전날 국토교통부를 압수수색한 특수본은 투기의혹 연루자에게 신도시 선정 관련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추적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였는지를 확인하는 게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고 했다.
용인=강희청 기자, 정현수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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