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의 ‘약한 고리’로 보고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첫 한국 방문에서 나타난 대중 전략 온도차를 확인하고 이런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8일 “미국은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을 전략적 부속물로 꾀어내는 데 성공했다”며 “그러나 한국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 전략에 있어 약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이 공개적으로 중국에 반기 들기를 꺼리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동맹과 거리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 중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해 왔지만 관영 매체가 나서 직설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규합 차원에서 방문한 한국과 일본의 태도가 달랐던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측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참석한 2+2 회의를 연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중국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오스틴 장관도 전날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을 ‘전례 없는 위협’으로 지목하며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제공하는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간극에 주목했다. 정지융 푸단대 북한·한국연구센터 주임은 “한국은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에서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은 여전히 미국우선주의에 기반하고 있어 한국의 이익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중국의 도움 없이 해결할 수 없는 많은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했다”며 그 예로 경제 활성화와 대북 관계 개선을 꼽았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이 한·미동맹의 틈을 더 벌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문제에서 강경 노선을 취할수록 한국은 수세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며 “결국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국에 더 기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장관 공동성명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일본은 중국의 부흥을 막기 위해 미국의 전략적 부속국이 돼 중일 관계를 파괴했다”며 “늑대를 끌어들여 지역 내 국가의 이익을 팔아먹는 행위는 부끄러운 짓이고 인심을 얻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은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자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과 충분히 소통해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고 싶다”면서도 “우리는 한 차례의 대화로 양국간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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