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포위망서 한국이 약한고리”… 한·미 틈새 파고드는 중국

입력 2021-03-19 04:02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가 열리는 외교부 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회의에서 논의된 4개국 협의체 ‘쿼드 플러스’ 합류와 한·미·일 미사일방어(MD) 구축 반대, 방위비 분담금 거부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중국이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의 ‘약한 고리’로 보고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첫 한국 방문에서 나타난 대중 전략 온도차를 확인하고 이런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8일 “미국은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을 전략적 부속물로 꾀어내는 데 성공했다”며 “그러나 한국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 전략에 있어 약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이 공개적으로 중국에 반기 들기를 꺼리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동맹과 거리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 중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해 왔지만 관영 매체가 나서 직설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규합 차원에서 방문한 한국과 일본의 태도가 달랐던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측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참석한 2+2 회의를 연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중국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오스틴 장관도 전날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을 ‘전례 없는 위협’으로 지목하며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제공하는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간극에 주목했다. 정지융 푸단대 북한·한국연구센터 주임은 “한국은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에서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은 여전히 미국우선주의에 기반하고 있어 한국의 이익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중국의 도움 없이 해결할 수 없는 많은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했다”며 그 예로 경제 활성화와 대북 관계 개선을 꼽았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이 한·미동맹의 틈을 더 벌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문제에서 강경 노선을 취할수록 한국은 수세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며 “결국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국에 더 기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장관 공동성명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일본은 중국의 부흥을 막기 위해 미국의 전략적 부속국이 돼 중일 관계를 파괴했다”며 “늑대를 끌어들여 지역 내 국가의 이익을 팔아먹는 행위는 부끄러운 짓이고 인심을 얻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은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자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과 충분히 소통해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고 싶다”면서도 “우리는 한 차례의 대화로 양국간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