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깡패언어”-추미애 “정치검사”… 尹 때리는 민주

입력 2021-03-19 00:04
최종학 선임기자

여권이 연일 야권의 대선 후보로 올라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비판 수위를 올리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정치군인 같은 정치검사”라고 비판했고, 이해찬(사진)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언어는) 깡패의 언어”라고 직격했다. 여권 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보이나 당 일각에선 오히려 4월 재보선에서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추 전 장관은 18일 KBS 라디오에서 “촛불시민이 세운 나라에서 막강한 무소불위의 권력과 권한을 휘둘렀던 검찰총장이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정치군인 같은 정치검사가 탄생했다”고 했다. 이어 “(대권에) 나오지 않아야 하는데 굳이 나온다고 한다면 그것은 야당과 언론이 키운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대표 퇴임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온 이 전 대표도 윤 전 총장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유튜브 시사타파TV에서 “(윤 전 총장은)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에 불과한 존재”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그가 쓰는 언어는 법률가의 용어가 아니다. 법률가의 언어에 ‘독재’ ‘허울’ ‘부하’ 등의 표현은 없다”며 “검사가 아니라 깡패나 쓰는 언어다”라고 꼬집었다.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윤 전 총장을 견제했다. 박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이 경제, 정치, 외교, 안보, 교육 문제에 디테일하게 준비가 돼 있느냐”며 “괜히 애매모호한 얘기하시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일은 안 하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가 도리어 윤 전 총장 지지율을 견인해 제3지대를 포함한 야권의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은 여권에 실익이 없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윤 전 총장 때리기를 통해 대권 주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추 전 장관의 행보를 부담스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중진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종부세 문제까지 겹치면서 여론이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을 언급하는 건 추-윤 갈등 등 당에 부정적인 이슈를 환기할 수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정부의 검찰 총장이 아니라 야권의 대권 후보가 된 이상 견제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지금은 당장 재보선에 집중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여권의 견제에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5∼17일 전국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조사한 결과에서 윤 전 총장은 23%를 기록해 이재명 경기지사(25%)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내 접전을 벌였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