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적대시 정책 계속 땐 접촉 시도 무시할 것”

입력 2021-03-19 04:07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미 메시지를 발표했다. 사진은 2019년 11월 러시아 모스크바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18일 미국이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한 사실을 전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기조가 달라져야 북·미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일정에 맞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한국 정부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은 미국이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경로로 북측에 접촉을 시도했고, 최근 이메일과 전화통보문을 보내 접촉을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또 “미국이 합동 군사연습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북한이 접촉에 응해줄 것을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기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준비도 안 돼 있는 미국과 마주 앉아야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며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침묵을 지켜오던 북한은 미국 국무·국방 장관의 한국과 일본 방문이 본격화되자 지난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시작으로 연달아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최 제1부상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보여준 행태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 나온 소리는 광기 어린 ‘북조선위협’설과 무턱대고 쥐어치는 ‘완전한 비핵화’ 타령뿐”이라며 미국의 대북 제재 기조를 비판했다. 또 미국의 대북정탐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북한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대한 미국의 비판까지 조목조목 문제 삼았다.

최 제1부상은 “미국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고 경고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과 진지하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다만 당장 전략전술무기 도발 등으로 맞대응하기보다는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 추구가 가져올 외교적 득실을 계산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