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장 포함 부장검사 회의… 조남관의 묘수?

입력 2021-03-19 04:07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직무대행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처리를 다시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처리를 재차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해당 사건 무혐의 처리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심의하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따른 것이다.

대검은 “수사지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열어 재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조 직무대행은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등 조사와 기록검토 관계자들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조 직무대행은 대검 부장(검사장) 7명 외에 고검장 6명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사안에 따라 대검 부장 중 일부만 참석하게 하거나 고검장, 지검장 또는 대검 사무국장 등을 참석하게 해 구성할 수 있다.

조 직무대행은 “대검에 근무하는 부장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고, 사안과 법리가 복잡하고 방대하다”며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대검 부장에 대거 포진해 있어 사실상 ‘기소 지휘’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집단지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조 직무대행은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대검 내부에서 의견이 다양했던 관계로 공정성을 담보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을 검토했지만, 대검 감찰부에서 반대했다”며 “부득이 대검 각 부서의 선임연구관으로 구성된 ‘대검 연구관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임 연구관에게 의견 표명 기회를 줬지만 불참했다고 덧붙였다. 임 연구관이 제기해온 수사 배제 논란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조 직무대행이 사실상 박 장관의 지휘를 따르면서도 공정성을 더욱 기할 방안을 내놓았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도 고검장들과 회의를 열어 왔으니 이에 대해 법무부가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고심 끝에 잘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이날 “조 직무대행과 통화했는데, 지침이 부장회의에 고검장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고검장들의 부장회의 참여를 수용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던 대검 부장회의가 고검장·대검 부장회의로 확대되면서 한 전 총리 사건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대검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조 직무대행 주재로 회의를 진행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