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특수교사 A씨는 지난 17일 학교로부터 ‘보건교사, 특수교사, 특수교육 실무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18일까지 알려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해당 교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한다고 알린 것이다. A씨는 “백신 접종인구가 더 늘고 백신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뒤 접종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갑자기 하루 만에 접종 여부를 결정하라니 당혹스럽다”며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필 보건·특수교사들만 먼저 접종해야 한다니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초등학교 1·2학년 담임교사, 보건·특수교사 등 일부 교직원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이뤄지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신 안전성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접종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충청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사 B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라고 안내받았는데 접종할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수도 없어 더 불안하다”며 “교직원 전체도 아니고 일부만 먼저 맞으라니 마치 ‘백신 실험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는 백신 접종 의향이 없다며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경북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 C씨도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뉴스도 계속 나오고 있고 최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한 추세인데 이런 상황에서 백신을 억지로 먼저 맞아야 한다니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백신을 우선접종하지 않으면 접종 순서가 연말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B씨는 “혹시나 지금 접종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교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긴다면 제 탓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차라리 전 교직원이 접종할 때 다 함께 접종해서 집단면역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백신 휴가’나 인력 공백에 대한 대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백신 접종을 더욱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A씨는 “대개 한 학교당 특수교사가 1~2명뿐이어서 도저히 휴가를 내거나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데 만일 접종 후유증이나 이상반응으로 인해 인력 공백이 생길 경우에 대한 대책은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돌봄의 중요성을 고려해 보건·보육 관련 교직원들에게 접종 우선순위를 뒀으며 전 교직원 대상 접종을 최대한 서둘러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백신 공급물량을 감안했을 때 유아 돌봄과 학교 보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유치원·초등 저학년 및 보건·특수교육 담당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우선접종을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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