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한 ‘2+2 회의’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을 보면 양국 관계가 결코 순풍만 타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양측은 회의 뒤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외교의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양측은 또 북핵은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하에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고위급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 이런 합의는 미국이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게 하는 견제 장치도 되겠지만 반대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미국이 막아내는 구실로도 작용할 수 있는 양날의 칼처럼 보인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북측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식이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회의 뒤 회견에서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 정권 밑에서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했는데,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전날에 이어 이틀째 정면으로 거론해 북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미측의 이런 태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가 미측에 일단은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북측도 인권보호는 인류보편적 가치인 만큼 반발만 할 게 아니라 보다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마땅하다.
미국이 중국을 반민주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우리한테 대중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동맹이 공통된 접근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공동성명에서도 ‘동맹이 공유하는 가치는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 쿼드(Quad)와 관련해서도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에 대중 압박 동참을 강하게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로선 미·중 사이에서 국익 차원의 균형 외교를 포기할 수 없다. 미국과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활동을 함께할 수는 있지만 그게 특정국을 배제하는 식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사설] 동맹 정신 재확인한 한·미 2+2 회의… 정교한 접근 필요
입력 2021-03-1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