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묵은 숙제 방폐장 선정 방식, 특별법에 담아라”

입력 2021-03-19 04:06

원자력 발전을 가동한 지 43년 만에 골칫덩이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한 국민들의 대답이 나왔다. 30년 걸리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중간 저장부터 영구 처분까지 동일 부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권고도 더해졌다. 다만 향후 10년 안에 원전 내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점이 난제다. 권고안대로 법을 제정하고 시설을 짓는다고 해도 당분간은 ‘화장실 없는 집’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는 21개월 동안 진행한 공론화 결과를 담은 대정부 권고안을 18일 발표했다. 전문가 그룹 33명의 검토와 대국민 설문조사, 549명의 시민참여단 의견을 종합해 정리했다. 김소영 재검토위 위원장은 “2016년에 실시한 1차 공론화 때보다 더 큰 규모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재검토위는 우선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 것을 권고했다. 사용후핵연료의 정의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 절차 등을 법제화하라는 주문이다. 핵심 쟁점이었던 부지 선정 방식도 법안에 담도록 제언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유치 지역의 의견 수렴 방안 및 지원 범위, 방식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지 선정 시 과학·기술적 타당성 검증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법에 포함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 자체에 대한 권고도 더했다. 영구처분시설의 경우 건설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 때문에 원전에서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모아 관리할 중간처분시설이 필요하다. 이 시설들을 동일 부지에 짓는 것을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시민참여단의 60%가 동일 부지 설치를 원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올해 안에 특별법 제정 및 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 의견을 수렴한 권고안이라는 명분이 주어진 만큼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별법 등이 제정돼도 당장 사용후핵연료 포화 상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난제다. 영구처분이 가능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부지 선정에 12년, 건설에 18년이 걸린다. 월성원전은 당장 내년부터, 가장 여유 있는 고리원전도 2031년이면 포화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임시처리시설(맥스터) 등을 통해 공백 단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