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이혼 감소 왜?… 법정 휴정 등 절차 지연 탓

입력 2021-03-19 04:07

지난해 이혼 건수가 1년 전보다 4000건 줄어들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가 있을 때마다 이혼 건수가 늘었지만, 코로나19 때는 예외였던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혼 절차 지연, 지속적인 혼인건수 감소 영향이 컸다.

통계청은 ‘2020년 혼인·이혼 통계’를 통해 지난해 이혼건수가 10만6500건으로 전년 대비 3.9%(-4000건) 감소했다고 18일 밝혔다. 2004년부터 감소 추세에 들어선 국내 이혼은 2018~2019년 증가했다가 지난해 다시 감소했다.

전대미문의 경제난을 야기한 코로나19 시대의 이혼 감소는 다소 이례적이다. 이혼은 과거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가정이 흔들리면서 증가하곤 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닥친 직후인 1998년 이혼건수는 11만6294건으로 전년 대비 27.6% 급증해 역대 증가율 1위에 올랐다. 카드대란이 있던 2003년에는 이혼건수가 16만6617건을 기록하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수가 많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전년 대비 6.4% 증가한 12만3999건을 기록했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이 2012년부터 계속 감소해 온 것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외출 자제, 이혼 신청 지연, 법원 휴정에 따른 절차 지연 영향으로 이혼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비디보스(Covidivorce·코로나19+이혼)’라고 해서 이혼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이혼이 줄어든 것은 특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와중에도 황혼이혼은 늘었다. 지난해 혼인 지속기간이 20년 이상인 이혼은 전년 대비 3.2%(1200건) 늘었다. 특히 혼인 기간 30년 이상인 이혼은 10.8%(1625건) 증가하며 10년 전보다 2.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1년 전보다 10.7%(2만6000건) 감소했다. 혼인 건수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소치다. 감소율은 1971년(-18.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두자릿수 감소율은 외환위기 시절 1997년(-10.6%)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