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은 비싸다’는 편견을 깨버릴 만한 제품이 등장했다.
아이리버 브랜드로 친숙한 SK텔레콤의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의 ‘누구(NUGU) 버즈’(사진)를 써봤다. 회사는 지난달 제품을 내놓으면서 MP3플레이어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아이리버의 음질 튜닝 기술을 적용했다고 내세웠다.
이어폰을 착용하고 평소 듣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을 재생해봤다. ‘7만9000원짜리가 음질이 좋아 봐야 얼마나 좋겠어’하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평소 무선이어폰을 고를 때 묵직한 저음을 얼마나 잘 구현해내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누구 버즈는 고가의 경쟁사 제품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어폰 몸체 버튼에는 압력 감지 센서가 탑재됐다. 적당한 압력을 가해야 동작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다른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터치를 인식해 오작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제품은 그럴 일이 없었다.
제품에 탑재된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플랫폼도 유용하다. 버튼을 길게 터치한 뒤 “엄마한테 전화 걸어줘” “오늘 날씨 어때?” “최신 음악 틀어줘” “라디오 틀어줘” 등의 음성 명령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또 누구 앱과 연동해 IoT(사물인터넷)을 구현하는 기기 역할을 할 수 있어 AI 생태계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SK텔레콤은 기대했다.
통화 품질도 우수한 편이었다. 제품에는 퀄컴의 잡음 분리 기술, SK텔레콤의 통화 음질 최적화 기술과 2개의 마이크가 탑재됐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통화를 할 때 상대방이 가끔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화를 나누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같은 공간에서 AI에게 음성 명령을 할 때는 인식률이 그리 높지 않아 아쉬웠다.
충전 케이스에서 이어폰을 꺼내면 자동으로 스마트폰과 연결이 되는 점도 편리했다. 누구 버즈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저·고음 강조 등 음악 이퀄라이저 설정과 버튼 동작 설정도 할 수 있다.
제품은 귀에 쏙 들어가는 커널형 제품이다. 고가 제품에 주로 탑재돼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빠졌지만 외부 소음도 잘 막아주는 편이었다. 3시간이 넘는 장시간 착용에도 귀가 불편하거나 아픈 느낌은 없었다.
블루투스 5.0 지원으로 넓은 커버리지와 우수한 연결 능력도 갖췄다. 제품에 채용된 대용량 배터리는 최대 19시간30분 동안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제품 충전단자는 C타입이며, 충전기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