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사업은 ‘외산장비 배불리기’

입력 2021-03-23 17:19 수정 2021-03-23 17:19
녹물과 유충 등 수돗물 논란 이후 정부는 수돗물 관리에 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 스마트 상수도 도입을 결정했다. 환경부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돗물 공급을 위해 작년부터 3년 동안 1조4000억원 규모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 구축에 나섰다. 그린뉴딜사업의 일환이다. 전국 상수도 관망에 수질 수량 수압 감시장치 등을 설치해 수질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마트상수도는 정수장에서 수도꼭지까지 수질 유량을 실시간으로 측정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전국 44개 지방자치단체가 작년 7월부터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그린뉴딜사업에서 국산장비 사용 기업들은 사업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단체가 행정편의상 외산장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찰방식도 다른 사업자들은 배제한 수의계약으로 그린뉴딜사업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질계측기는 스마트상수도 핵심장비다. 국내의 경우 해외에서 핵심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뒤 납품하는 형태의 외산장비가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이들 기업이 스마트상수도 사업에 납품하는 수질계측기는 국산제품보다 가격이 20% 이상 비싸지만 낙찰되고 있다.

지자체가 수의계약인 ‘제3자 단가계약’으로 납품사업자를 선정해 그린뉴딜 사업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이 방식은 수요기관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자를 제조 구매 및 가공 등의 계약 시 단가만을 미리 정해 계약하고, 계약상대자에게 직접 납품을 요구하는 구매제도다.

일례로 7대 특 광역시 중 서울 광주를 제외한 5개 광역시는 이 방식으로 공고를 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진행되면서 수질계측기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기업들에게 사업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조달청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된 업체들로부터 직접 물건을 납품받기 때문에 국산장비 기업은 사업공고 조차 보지 못하고 그린뉴딜사업 진입 기회를 박탈당하는 격이다. “그린뉴딜사업 참여를 원한다면 조달청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신규등록은 6개월 이상 소요돼 사실상 올해 사업 참여는 불가능하다. 업계는 행정편의만을 위한 조달방식 선택이 국산장비 업체를 그린뉴딜에서 탈락시키고 있다고 목소를 내고 있다.

작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지자체 상수도본부 및 사업소의 먹는 물 분야 수질계측기 구매에서 외산 의존도가 90%에 달할 정도로 국산화율이 낮다”며 “지자체에서 광역상수도나 수자원공사에 납품한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술력 있는 국산업체의 시장진입이 어렵다. 국산업체가 수질자동측정기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동의했지만, 환경부는 이후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는 그린뉴딜사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자체들이 ‘규격 가격입찰’ 방식으로 사업공고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방식은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해 일정수준 이상의 평점을 받은 우량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제도다. 가격은 물론 기술수준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입찰 방식이다. 그린뉴딜사업이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과 국내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만큼 현재 상황을 대폭 개선해 본래의 취지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