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오페라 ‘주기철의 일사각오(一死覺悟)-열애’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예배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 생활을 하려면 똑바로 하라는 경종의 메시지를 전했다.
국민일보와 조선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한 이날 오페라는 2시간반 동안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애초 지난해 3월에 공연하려다 코로나19가 만연함에 따라 연기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막이 오른 무대라 감흥이 남달랐다. 사실상 만석이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들도 1년여 만에 보는 활기 띤 광경이라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 칸씩 띄어 앉은 1500여명의 관객들은 아리아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미처 손수건을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주기철 목사는 7년간의 감옥 생활에서 온갖 고문과 핍박을 당하면서도 타협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그리스도의 사람은 살아도 그리스도인답게 살고 죽어도 그리스도인답게 죽어야 한다”고 절규했다. 일본 순사 아베는 “신사참배를 하면 고통은 끝난다”고 회유했지만, 주 목사는 “신사참배는 곧 하나님에 대한 배신”이라며 끝까지 저항하다 순교했다.
공연은 끝났지만 여운은 깊고 거룩했다. 오늘은 2021년 부활절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춘분(春分)이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요, 희망의 계절이다. 머잖아 봄바람이 산과 들을 깨우고 지나가면 봄꽃들이 화사한 맵시를 뽐내고 온 산야는 울긋불긋한 꽃천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세상에 봄은 오건만 예배당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아쉽게도 오페라는 1회 공연으로 막을 내렸지만, 부활절(4월 4일)을 앞둔 한국교회에 큰 도전과 숙제를 남겼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교회가 예배와 선교 사역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성경 어디에도 그렇게 하라는 메시지가 없는데도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땅끝까지 복음 사역을 감당하라고 하셨다. 믿음의 선진들은 죽음을 앞둔 험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서도 신행일치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 하나님의 평화와 소망의 메시지가 절실한 사순절이다. ‘세상이 왜 저래’라는 등의 한탄하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복음의 나팔을 불어야 할 나팔수가 주눅이 들었는지, 그 사역을 제대로 감당치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깨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예배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만 할 뿐이지 깃발을 들지 못하고 있다.
예배 회복을 위해 지금 한국교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성령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순절이다. 세계교회연합기도운동은 다가오는 부활절에 ‘코로나19 소멸을 위한 전 세계 부활절 한마음 기도 행동’을 진행한다. 부활주일 예배 때 ‘코로나19 소멸 기도회’ 순서를 넣어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의 교인들과 함께 기도하자는 것이다. 먼저 매일 밤 10시 각자 있는 곳에서 3분 동안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고난주간 중 3일간 하루 한 끼 이상 금식기도를 하고, 전 세계 모든 교회와 단체 연합으로 부활절 예배 공동기도문을 통해 3분간 합심 기도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에 드리는 회개의 기도, 환자들을 위한 기도, 의료진을 위한 기도, 이 세상의 평화와 회복을 위한 기도, 교회 공동체를 위한 기도 등 5가지 공동기도문도 눈길을 끈다.
한국교회가 왜, 무엇을 잘못하고 무슨 죄를 지었기에 세상의 눈치만 보고 머뭇거리고 있는 것일까. 기도가 기적을 만든다. 코로나19 아웃을 위해 다함께 나서자. 우리가 모두 자성하고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지키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자. 그리고 일사각오로 복음의 영원한 나팔수가 된 주기철 목사의 신앙 정신을 되새겨보자.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