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너를 너무 사랑해서 나는 두려워

입력 2021-03-19 04:05

당신에게도 단골 악몽이라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군대에 다시 입대하는, 수능을 다시 보는 꿈처럼 반복되는 악몽을 꾸는 끔찍한 곤경의 밤이 당신에게 있는지. 나에게는 그런 꿈들이 있다. 그 악몽 속에서 나는 언제나 일관되게 음악가로 등장한다. 나는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작가이기도 하고 책방 주인이기도 한데 매번 음악가인 나만 악몽 속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몸부림을 친다. 아니 작가로서, 책방 주인으로서 겪을 법한 끔찍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책을 출간했는데 열 권도 안 팔린다든지, 책방에 불이 난다든지, 원고 마감을 지키지 못해 펑크를 낸다든지, 글을 끔찍하게 못 쓴 나머지 내 책을 구입한 독자들이 책방으로 몰려와 단체로 환불 요청을 한다든지…. 얼마든지 꿀 수 있는 악몽 아닌가? 그러나 그런 꿈은 한 번도 꾼 적이 없다.

대신 내가 꾼 악몽들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세수도 안 한 채 집에 드러누워 있는데 매니저로부터 30분 뒤 공연인데 어디냐는 연락을 받는다, 공연장에 갔는데 웬 오케스트라가 준비돼 있고 내 보면대 위에는 지휘봉이 올려져 있으며 수많은 단원이 지시를 기다리며 날 바라보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데 갑자기 가사가 한 줄도 생각나지 않는다, 기타에 불이 붙어서 구멍이 난다, 멋진 옷을 입고 계단을 천천히 밟으며 커다란 무대에 오르는 중에 내 노래의 전주가 부드럽게 흘러나오고 있는데 정작 나는 처음 들어본 노래다….

얼마 전에도 악몽을 꾸었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깜박 조는 꿈이었다.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소스라쳐 눈을 떠보니 관객석은 텅 비고 세 명 정도가 남아 졸고 있었다. 이런 악몽에서 깨고 나면 나는 한동안 침대 위에 어안이 벙벙한 채로 누워 이 공포의 기원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공포는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엄습한다는 것을 나는 나의 악몽들로부터 배운다.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