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 회사 vs 유저 '진실 공방'

입력 2021-03-21 17:44

국내 게임회사의 핵심 수익 모델(BM)인 '확률형 아이템'이 논란에 휩싸였다. 주요 게임사를 중심으로 '확률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저들의 비판이 거세다. 대다수 게이머는 "확률 조작으로 유저를 기만한 게임사에 대한 대대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진행 중이다. 게임사는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임의적 확률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게이머의 비판을 수용하면서도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주요 게임사가 부회장사로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 대해 "진흥보다 규제에 쏠려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협회는 의견서에서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하며, 실효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럭 시위' 등으로 유저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정치권에서 더욱 구속력이 강한 법안이 나오는 등 압박이 거세지자 업계는 몸을 낮추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지난 16일 넥슨은 서비스 중인 게임의 확률 공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도 확률 공개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유저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게임사도 논란이 됐던 과중한 과금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현 상황은 조금 일방적인 것 같다. 과도한 규제로 한국 게임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칫 '셧다운제'의 전철을 밟게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는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이 제정된 법안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임사가 연달아 사후 대책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지만, 대다수 유저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요 개발사를 중심으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인내심이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일례로 넥슨은 최근 자사 게임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했는데, ‘최고의 옵션’으로 불리던 아이템 등장 확률이 0%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많은 유저가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인 셈이다.

‘트럭시위’, 경쟁사 게임으로의 이동 등 집단행동이 이어진 가운데, 일부 유저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전면 공개와 대대적인 규제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자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만으로는 한국의 게임 소비자의 권리를 충분히 지키지 못할 것을 염려해 청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게이머가 자율 규제를 믿어주는 사이에 게임업계는 스스로 도박장 운영자로 변했다”며 “게임업계에서 실시한 자율 규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볼 수 있겠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32세 직장인 게이머 A씨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 내가 했던 게임도 확률을 조작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지 않나. 게임업계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며 “우선 모든 게임 내 확률을 공개해야 하고,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하는 뽑기 시스템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비롯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한결 쿠키뉴스 기자 sh04khk@kuki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