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1.5%만 ‘혜택’ … 대상 대폭 확대 시급

입력 2021-03-18 04:06

한국에서는 취약계층 복지 혜택의 일환으로 다양한 바우처 제도가 운영 중이다. 기저귀·분유 바우처나 에너지 바우처, 월세를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 등이 소득 등 기준을 충족한 이들에게 지급된다.

그런데 정작 먹거리 지원 바우처는 아직 본궤도에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첫 삽을 뜬 ‘농식품 바우처’가 주인공이다. 취약계층 지갑 사정을 고려했을 때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 바우처란 마트에서 과일과 채소, 흰우유, 계란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대상 가구에게 인원수에 따라 월 4만원 이상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미국의 ‘보충적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처럼 취약계층의 필수 영양분 섭취를 돕기 위해 도입됐다. 지원 대상은 소득 수준이 전체 국민 소득의 중간인 ‘중위소득’ 대비 50% 이하인 이들이다. 올해 기준으로는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243만8145원 이하인 이들이 대상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19년 기준으로 대상자 수가 288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 입장에서 보면 ‘가뭄에 단비’같은 제도다. 다만 지원 대상이 한정적이다. 시범사업 첫 해인 지난해의 경우 세종시와 전북 완주군 등 4곳에서 2만8000명을 지원했다. 올해 인원을 늘리기는 했지만 4만2000명을 지원하는 데 그친다. 전체 취약계층의 1.5% 수준만 지원하는 셈이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라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시범사업이라도 다른 농식품 지원 사업에 비해 지원 대상 수가 적은 편이다.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의 경우 시범사업 단계라도 24만명을 지원한다. 임산부를 위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시범사업도 올해 8만명이 지원 대상이다.

지원 대상이 광범위하고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지원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시범사업 대상자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농식품 바우처 지급 이전에는 응답자의 85.8%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답했었다. 하지만 지급 이후 조사에서는 응답자 비율이 62.6%로 23.2% 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영양 공급 효과도 두드러진다. 지급 이전만 해도 응답자의 16.6%가 ‘가족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급을 받은 뒤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가족이 건강하다는 응답자 비율이 30.9%로 배 가까이 늘었다.

지원 대상 확대와 함께 지원액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농식품 바우처를 수령한 응답자 중 75.4%가 지원액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라는 특수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 바우처가 벤치마킹한 미국 SNAP의 경우 코로나19를 감안해 오는 6월까지 지급액을 15% 일시 상향한 바 있다. 권재한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번 시범사업을 토대로 본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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