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이 피의자 만난 꼴?… 김진욱·이성윤 면담 ‘뒷말’ 무성

입력 2021-03-18 04:04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면담한 일을 놓고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둘의 이례적 만남은 배경 설명부터가 묘하게 엇갈렸다. 김 처장은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는 공수처가 면담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지검장은 공수처의 요구에 따른 면담이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의 성격, 국민적 관심, 공수처의 여건 등을 고려하면 공수처장과 피의자의 면담은 공정성 시비를 감안해 애초 없었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견해다. 공수처 관계자가 향후 억울함을 주장하는 피의자들을 모두 면담해줄 것이냐는 형평 문제도 제기됐다. 독립성 우려를 벗어야 할 공수처로서는 비싼 수업료를 치른 면담 사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처장은 17일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억울함이 있다면 가급적 주요 사건 관계자들의 면담 신청을 받아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래서 저희가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검장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의 출석 요구에 3번 불응했고, 언론을 통해 ‘검찰이 아닌 공수처 수사가 적절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어떠한 억울함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처장은 면담에 응하는 것이 ‘인권수사’라고 했다. 면담 신청이 압박으로 느껴지진 않았다고 했다.

김 처장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지검장이 내놓은 입장은 조금 달랐다. 본인이 면담을 신청해 이뤄진 만남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지검장은 김 처장의 발언 이후 “변호인이 의견서를 제출하며 면담을 신청했고, 공수처가 ‘그럼 당사자하고 같이 나와서 하자’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은 전날까지는 면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수원지검은 전날 이 지검장에게 네 번째 소환 통보를 했다.

김 처장이 이 지검장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돌려보내면서 결과적으로 이 지검장의 ‘공수처 수사’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 됐다. 하지만 수사기관장과 피의자의 면담 자체가 이례적인 점, 구체적 기록이 남지 않은 점은 이번 면담이 부적절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 주체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인 면담을 허락, 공정해 보이지 않게 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출범 이후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이 500건이 넘는다는데, 공수처가 그렇게 친절하다면 그 사건 관계인 모두를 면담해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공수처의 ‘1호 수사보고’에 아무런 내용이 담기지 않은 점,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을 불신하고 공수처의 사건 처리를 호소한 점을 두고도 씁쓸하다는 말이 나왔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기대 속에 출범한 공수처가 첫 사건 처리 과정에 여러 문제를 남긴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