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한명숙 위증교사’ 관련 대검 무혐의 결론에 또 수사지휘권 발동

입력 2021-03-18 04:02
연합뉴스

박범계(사진) 법무부 장관이 17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건 역대 네 번째이고 문재인정부에서만 세 번째다. 법무부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여권이 수사를 요구해온 사건에 또 지휘권을 발동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이날 한 전 총리 위증교사 의혹 사건 기소 여부를 대검찰청 부장회의 심의 후 결정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위증교사 사건 공소시효는 오는 22일 만료된다. 대검 부장(검사장급) 회의 심의를 토대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2일까지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 이유로 “사건 조사를 해 온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부장검사가 최종 판단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장관은 당시 수사팀이 수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소환조사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대검 감찰부와 함께 당시 수사절차에 대해 특별점검을 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박 장관이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서 판단하라는 지휘를 내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검 부장회의에 판단을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 지시에 따라 대검 부장회의는 한 감찰부장, 임 부장검사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은 후 결론을 내게 된다. 박 장관은 공소시효가 남은 재소자 증언 내용의 허위성 여부를 중점 논의해 달라고도 지시했다. 박 장관은 기록 검토 과정에서 당시 재소자 증언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기자브리핑에서 “장관이 기록을 읽고 심증을 형성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수사지휘에서 기소하라는 암시를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검찰국장은 “대검 부장회의를 거쳐 불기소로 정리된다면 장관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정치적인 사건에 수사지휘권이 남발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미애 전 장관은 앞서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윤석열 전 총장 일가 의혹 사건 등에 대해 두 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었다. 대검 연구관들의 일치된 무혐의 처분 의견을 장관이 거부한 것이라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전 총리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골자는 검찰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과거 구치소 동료 수감자들을 상대로 위증 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팀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재소자들은 경험한 그대로를 법정에서 진술했었다”고 반박해왔다. 여권에서는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한 전 총리의 유무죄를 따지는 게 아닌 수사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 정당성을 흔들어 사면의 정치적 명분을 쌓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위증교사 의혹이 사실이라 해도 재심 사유는 되지 않는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온 사안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인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