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대검찰청이 내린 결론이 사실상 뒤집히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검은 앞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 개최 등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17일 대검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검 내부에서는 관련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을 당시 ‘형성적 처분’을 거론했던 만큼 이를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대검은 “한 전 총리의 재판과 관련한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검은 한 전 총리 감찰에 관여했던 감찰3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 관계자 등으로부터 사건 처리 방향 등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받고,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 참여한 대검 연구관 6명은 진술 신빙성과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만장일치’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해당 사건을 먼저 조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도 지난해 7월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감독관실은 뇌물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씨의 동료 재소자 최모씨와 김모씨,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관계자 등을 서면과 대면 등으로 조사한 뒤 “당시 수사팀이 한 전 총리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는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를 진행해 왔다. 대검 감찰3과는 서울중앙지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재소자 한모씨를 지난해 7월 광주지검에서 방문 조사하는 등 지난달까지 서면과 대면 등으로 6차례에 걸쳐 추가 조사를 벌였다. 대검 감찰부는 출정기록, 중앙지검 조사기록 등을 토대로 증언 회유가 있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한씨는 “연습한 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수사팀은 한 전 총리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꾸준히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반복된 조사가 있긴 했지만 고 한만호씨의 증언 번복 경위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특정 진술을 반복해 교육시키거나 유도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사실상 ‘기소 지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무혐의 결론을 내린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것은 사실상 기소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현직 부장검사는 “대검에는 추 전 장관이 임명한 친정부 성향의 부장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며 “결론은 이미 정해진 듯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장회의는 검찰총장이 주재하는 만큼 조 직무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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