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1가구 1주택 원칙 재추진에… 국회 상임위도 “비현실적”

입력 2021-03-18 04:03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태 이후 여당이 부동산 투기 근절 차원에서 ‘1가구 1주택 원칙’을 명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지만,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도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다주택자가 전체 임대 물량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고, 전 국민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부동산 적폐청산’을 내세워 이념적 당위성만 앞세운 무리한 입법을 밀어붙이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1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 2015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주거기본법은 주거정책 관련 법 체계의 최상위 성격을 갖는 법이다. 이 법 제3조에서는 국가 주거정책의 기본원칙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의 주거비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한다’ ‘양질의 주택 건설을 촉진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한다’ ‘주택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공급되도록 한다’ 등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9가지 기본원칙이 담겨 있다.

여당의 개정안은 여기에 ‘1세대가 1주택을 보유·거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주택이 자산의 증식이나 투기를 목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게 하는 데 활용되지 않도록 한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거나 실제 거주하려는 자에게 우선 공급한다’ 등 3가지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국토위 검토보고에는 “모든 임대주택 수요를 국가가 충족할 수 없는 만큼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필수”라며 “다주택자는 민간 임대주택사업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전체 임차 가구 중 공공임대주택 거주 가구 비중은 13.5%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1가구 1주택을 주거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규정할 경우 임대주택 공급에 큰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들이 주거정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또 “전 국민의 비금융자산 중 주거용건물과 부속토지의 비중이 약 75%에 이르는데 주택의 자산 증식 목적 활용을 제한하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이 법안은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LH 사태’와 관련해 “부동산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언급한 지난 12일 국토위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여당은 “주거 정책의 기본 원칙을 정할 뿐 다주택 보유를 금지하는 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1가구 1주택 보유나 주택의 자산 증식 수단 활용 방지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원칙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단 주거정책 기본법을 바꾸고 나면 그것에 맞게 하위 법령 개정이나 법령 유권해석을 바꾸자고 할 수 있어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LH 사태를 ‘토지공개념’과 같은 이념 법제화 계기로 역이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