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신현호(44·가명)씨는 최근 배달앱 리뷰 때문에 한참 속앓이를 했다. “내다 버리고 싶은 음식을 팔더라. 도저히 못먹겠어서 다 남겼다”는 내용의 리뷰와 함께 최하 별점을 받으면서다. 신씨는 “고객과 연락이 닿아 환불을 해드리러 갔더니 거의 다 먹은 상자를 내놓더라. 버리겠다더니 다 먹었더라”며 “화가 치밀었지만 고개 숙여 사과하고 돈도 돌려드리고 빈 그릇 들고 돌아오는데 참 서러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문제들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신씨가 겪었던 것처럼 이렇다 할 근거 없이 ‘맛없다’는 내용의 악성 리뷰를 달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플랫폼의 별점과 리뷰 제도의 부작용을 호소하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정보로써의 리뷰가 공유되는 대신 업주와 소비자가 댓글을 주고받으며 싸우거나 업주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식으로 곳곳에서 갈등이 계속되자 업계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의 별점과 짧은 코멘트가 중심이 된 평가 차원의 리뷰 제도를 올해 3분기까지 취향 공유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17일 밝혔다.
네이버는 리뷰는 개인의 취향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던 평점 기반의 별점 시스템은 인공지능(AI) 기반의 ‘태그구름’ 형식(그래픽 참고)으로 바꾸기로 했다. 태그구름을 활용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의 다양한 장점과 개성을 확인할 수 있고, 사업주 입장에서는 악성 리뷰에 따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별점을 통한 평가 시스템은 지역 기반 플랫폼 업체들이 활용하는 글로벌 표준이었다. 평가를 남기는 게 간단하고 사용자 입장에도 간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업체가 사람을 동원해서 악의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문제가 돼 왔다. 검증되지 않은 악성 리뷰는 영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상공인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는 식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적잖다. 소비자에게도 ‘좋은 정보’로 작동하지 않는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장사만 30년 가까이 해왔는데 배달은 손님 불만을 그 자리에서 해소해주지 못한다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손님들도 얼굴 보면 못할 말을 리뷰나 별점은 쉬우니까 함부로 적는 경향이 있다”며 “별점이 좋으면 기분이 좋지만 욕하는 리뷰나 아무런 설명 없이 1.0점 받으면 발전은 없고 상처만 남는다”고 말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60%에 육박하는 배민도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리뷰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배민은 업주가 요청하면 30일 동안 임시로 악성 리뷰를 비공개 처리해주고 있다. 허위 주문이나 한 건의 주문으로 리뷰를 계속 작성하는 것도 막도록 했다. 허위 리뷰를 사전에 자동 탐지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