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을 비롯한 다수 외지인이 3기 신도시 지역인 경기도 시흥시에서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출을 받아 매입하거나 공동소유하는 등 투기 목적이 의심되는 농지 중 다수는 현재 농사를 짓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7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 지역인 시흥시 과림동에서 2018~2021년 2월까지 농지(전·답)를 매입한 사례 131건 중 투기 목적이 의심되는 37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지난 2일 의혹이 제기됐던 LH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토지거래가액 및 대출 규모에 비춰봤을 때 농업경영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례가 18건이었다. 18건 모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농지를 매입했으며, 이 중 15건은 채권최고액이 거래금액의 80%를 초과했다. 참여연대는 “통상 대출액의 130% 내외가 채권최고액임을 감안하면 매입대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로 충당했음을 알 수 있다”며 “대규모 대출을 통해 농지를 매입한 경우 농업 경영 목적보다는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행 농지법은 ‘자기의 농업경영’ 활동을 농지 소유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농지 소유자가 사실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곳에 거주하는 사례도 9건에 달했다. 이 중에는 경남 김해, 충남 서산, 서울 송파구·서초구·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들도 포함돼 있었다. 농지 소유자들의 농업경영계획서 허위 작성 여부와 이를 허가하는 기초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감독 또한 의심되는 대목이다.
3기 신도시 사전 매입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들을 포함해 다수의 소유자가 농지를 공동소유한 사례도 있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1990년대생 농지 소유자 3명 이상도 대출을 받아 농지를 매입했으며, 중국·캐나다 등 외국인 2명도 농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는 “실제 부동산 투기가 이뤄졌다면 차명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기에 수사 당국은 명단이 아닌 거래 중심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가 현장 조사를 통해 실제로 농업에 이용되지 않는 농지도 다수 확인됐다. 현재 철재를 취급하는 고물상, 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비롯해 장기간 펜스를 치고 방치한 것으로 보이는 농지도 있었다. 참여연대는 “3기 신도시 전체를 넘어 최근 10년 동안 공공이 주도한 개발사업 농지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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