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사지·스파 업소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이 숨진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이 본격 수사에 합류했다.
ABC방송 등은 미국 경찰이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폭증하는 아시아계 혐오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격은 전날 애틀랜타와 그 주변 지역의 마사지·스파 업소 3곳에서 1시간 내에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오후 5시 애틀랜타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액워스에 위치한 ‘영스 아시안 마사지 팔러’에서 총격이 가장 먼저 발생했다. 5명이 여기서 총을 맞았다.
전체 사망자는 8명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은 “아시아계 여성 2명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백인 남성 1명과 백인 여성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5시50분쯤 애틀랜타 벅헤드 지역의 ‘골드 스파’에서 강도 신고가 들어왔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여성 3명이 총격으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길 건너편 ‘아로마세러피 스파’에서도 총격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역시 현장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여성 1명의 시신을 찾았다.
현지 한인 매체인 ‘애틀란타K’에 따르면 골드 스파와 아로마세러피 스파에서 숨진 채 발견된 4명이 한인 여성들이다. 애틀랜타K는 스파업계 한인 관계자를 인용해 “생존한 종업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스파 두 곳에서 각각 3명과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애틀랜타K는 이어 “(총격이 발생한) 스파 2곳은 도보로 2분 거리에 위치한 업소들로 종업원 대부분이 한인 여성들이었다”면서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2명으로 70대와 50대”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경찰을 인용해 “숨진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며 “2명은 백인 남성 1명과 백인 여성 1명”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21세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을 용의자로 체포해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첫 번째 총격이 발생한 액워스 마사지 업소의 감시 카메라에 오후 4시50분쯤 찍힌 용의자 롱을 오후 8시30분쯤 애틀랜타에서 남쪽으로 240㎞ 떨어진 크리스프 카운티에서 체포했다.
수사당국은 아시아계 혐오 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한 공격일 수 있다”면서 “뉴욕 경찰국은 트위터를 통해 지역 내 아시아인 사회에 경찰을 배치할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롱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SNS 게시글에서 그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모든 미국인은 우리 시대 최대의 악인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인권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 출신들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Stop AAPI Hate)’는 미국에서 지난해 3월 19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약 1년 동안 최소 3795건의 아시아계 혐오 범죄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한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사건을 언급하며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큰 충격을 받은 한인사회 모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