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평범한 경험 속에서 깨닫는 의미심장한 현안들

입력 2021-03-19 03:02

이 책은 저자가 CS 루이스라는 점 외에는 그의 종래 저술과 판이하다. 루이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현안’이란 책이, 심지어 책에 실린 19가지 글이 단일한 작품으로 엮이리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의 편집자는 무슨 근거로 이 글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었을까.

그것은 이 글이 루이스가 1940년 8월부터 62년 9월까지 여러 정기간행물에 기고하거나(17편) 특별한 요청에 응해 작성한 에세이(2편)란 사실에 기반한다. 그렇다 보니 19편의 에세이가 어떤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통일성 있는 구조를 선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20년에 걸친 시간적 흐름, 다양하기 짝이 없는 주제적 분방성에도 루이스의 논객적 면모는 변함없이 광휘를 발현한다. 루이스의 논객적 면모란, 자신의 논지를 명확히 개진하려는 방편으로서 뭔가 일관되게 채택되는 패턴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다섯 가지의 패턴을 발견했다.

첫째, 루이스는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생각에 혼동이나 편견, 빗나간 전제 등이 감춰져 있음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글이 ‘민주적 교육’이다. 그는 민주적 교육을 평등주의 교육으로 이해하는 사회는 가망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귀족주의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국가의 번성에 필요한 일급 지식인을 키울 수 있고, 나머지 학생은 권위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를 익힘으로써 민주주의 동력을 형성할 수 있다.

둘째, ‘범주적 사고’도 루이스의 논지 개진에 있어 중요하다. 범주적 사고는 어떤 인물이나 사태를 조망할 때 그 대상을 몇 가지 유형이나 발전단계로 나누는 것이다. 책에서는 사람을 이기주의자, 최소 도덕주의자, 그리스도 소속자의 세 부류로 나누는 에세이 ‘세 종류의 사람’ 등에 나온다.

셋째, 루이스는 어떤 현상을 명쾌히 밝히고자 할 때, 종종 구별이나 구분의 능력에 호소한다. 책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단연코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환경과 분위기, 학풍을 대조적으로 서술한 글 ‘중간보고’다.

넷째, 루이스는 흔히들 한물갔다고 느끼는 풍조나 제도에서도 참신하고 중요한 것들을 도출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글은 ‘기사도의 필요성’이다. 루이스는 중세 기사도의 이상 속에 오늘날에도 필요한 위대한 전사로서 영웅적 면모와 겸손·인내의 미덕이 결합돼 있다고 말한다.

다섯째, 평범한 경험으로부터 의미심장한 깨우침을 끌어내는 것도 루이스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쾌락론’에서 루이스는 패딩턴에서 해로우까지 지하철을 타는 동안 모든 불 켜진 집을 들여다보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땅 아래에서 도랑 속으로, 저녁 햇살 속으로 위치 변경에 매료되며 열차의 달림과 멈춤의 침묵조차 신비롭게 느낀다.

루이스의 글은 그의 시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까지 적실성을 전달한다. 읽기 쉽지는 않지만 책 속 에세이를 자근자근 곱씹는다면 그의 글은 우리를 현안뿐만 아니라 영원한 사안에도 안내할 것이다.

송인규 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